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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 아나운서 박혜진의 씁쓸한 추락

레이몽 2011. 4.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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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위탄'의 첫번째 생방송이 나가고 난 후, MC를 맡은 아나운서 박혜진은 예능 프로그램의 생방송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는 뻣뻣한 진행으로 엄청난 지탄을 받기에 이르렀다. 예능 MC로서 그녀의 자질 문제는 처음 발탁될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그 동안에는 별로 MC의 역할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대충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이 지금은 제대로 폭발해 버린 것이다.

생방송에서는 그 누구보다 MC의 역할이 프로그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오디션 참가자들과 심사위원들과 시청자들 사이에서 적절한 조율을 해야 할 책임이 MC에게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마치 뉴스를 말하는 것처럼 딱딱한 박혜진의 억양과, 상황 변화에 능란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들은 이미 '슈퍼스타K'에서 김성주의 유려한 진행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짜증을 유발시켰다.


하지만 이제 와서 MC를 교체한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모양새가 우습다. 그러므로 기왕 이렇게 된 거, 박혜진은 차라리 본인의 장점을 살려 뉴스처럼 정확하게, 틀리지 않고 차분하게 진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수 있다. 어차피 그녀에게서는 예능에 특화된 MC들처럼 재치있고 매끄러운 진행을 기대하기 어려우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번 주 생방송 두번째 무대에서 박혜진은 더욱 더 퇴보한 최악의 진행을 보여주었다. 

박혜진은 약 5년간이나 뉴스데스크의 안방마님 자리를 맡았었다. 여자 아나운서로서는 거의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던 셈이다.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그녀는 항상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었을 뿐, 언제 이토록 심한 질책과 비웃음을 접해 본 적이 있겠는가? 하지만 대중은 더없이 냉혹했다. 가족과 동료들이야 그녀의 새로운 도전에 따뜻한 시선과 격려를 보내주었겠지만, 대중은 예능에 임하는 그녀의 첫 시험 성적표에 가차없이 낙제점을 주었다. 그녀의 인텔리 인생에는 일종의 충격이고, 수치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주에는 그래도 나름대로 자신감에 차 있는 것처럼 보였던 박혜진이, 이번 주에는 특유의 침착성마저 잃은 듯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더니 초장부터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참가자들의 번호와 이름을 소개하다가 백청강의 이름이 들어가야 할 7번 순서에서 9번 김혜리의 이름을 불렀던 것이다. '위대한 탄생' 생방송에서 참가자들의 순서와 번호는 시청자 문자 투표에 직접적으로 이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사람이니까 물론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생방송 시작과 동시에 그렇게 중요한 부분에서 실수를 한 것은 시청자를 당황시켰고, 완전 깬다는 느낌을 주었다.

초반의 실수는 박혜진을 더욱 궁지로 몰아갔다. 그녀는 시종일관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는 격앙된 어조로 진행했고, 치밀어오르는 긴장을 애써 감추려는 듯 점점 더 또박또박해지는 발음과 자꾸만 높아지는 언성은 매우 듣기 민망했다. 박혜진의 목소리가 얼마나 듣기 거북했는지, 참가자들의 노래에 집중이 잘 안될 지경이었다.


그러더니 박혜진은 생방송이 거의 다 끝나갈 무렵, 결국 또 한 차례의 대형사고를 친다. 조형우의 최종 탈락이 발표되었고, 조형우는 무대에서 내려가기 전에 시청자를 향해 마지막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그 때MC 박혜진은 "여러분, 조형우씨에게 다시 한 번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라는 말을 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순간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조형우가 아니라 데이비드오였다. 두 사람의 이미지가 약간 비슷하긴 하지만 각자 다른 멘토스쿨에 속해 있고, 데이비드오는 탈락하지도 않았는데 그 중요한 순간에 이름을 잘못 불렀다는 것은 정말이지 생뚱맞은 일이었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일수록 흔들리기 시작하면 하염없이 가라앉는 법이다. 생방송 두번째 무대에서 보여준 박혜진의 정신줄 놓은 진행은 앞으로의 순탄치 않은 행보를 미리 짐작케 했다. 안스럽긴 하지만 변호해 줄 말도 떠오르질 않았다. 이번에 저지른 두 번의 큰 실수 때문에도 그녀를 향한 세간의 질책은 더욱 심해질텐데, 그녀는 과연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음 주까지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을까? 만약 계속 이런 식이라면 '위대한 탄생'의 MC에 지원하여 뽑힌 것은 아나운서 박혜진의 인생에 있어 통탄할만한 최대 실수로 남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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