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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김태원과 함께 '위탄' 최고의 멘토인 이유

레이몽 2011. 3. 2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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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못 예능이란 감동과 더불어 웃음을 주어야 하며, 독한 캐릭터와 착한 캐릭터를 적절히 섞어 이용할 때라야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대한 탄생'에는 이미 독한 캐릭터가 충분히 존재한다. 방시혁과 이은미가 그 역할을 아주 제격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김윤아도 고운 목소리로 얼음장같은 말들을 내뱉는 것에 별로 주저함이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멘토 중 한 명쯤은 독기를 모두 빼고 선량함으로만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제자들을 한없는 너그러움으로 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태원과 신승훈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김태원은 자신이 어머니처럼 감싸안는 대신, 일부러 박완규라는 독설가를 초빙하여 자신의 멘토스쿨에 독기를 첨가했다. 2년간 '남자의 자격'에 참여하며 한국 코미디의 대부 이경규로부터 예능을 제대로 배운 덕분에, 김태원은 이제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예능인이 된 것이다. 그에 비해 신승훈은 여러모로 예능에 익숙치 않은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자들이 예쁘고도 안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는 태도가 역력했으며, 심지어는 기껏 심사를 도와달라고 초대한 휘성, 거미, 김조한 등 후배 가수들마저 마음 약한 신승훈을 닮아서인지 독설은 커녕 칭찬만 해주었다.

어떻게 보면 신승훈의 멘토스쿨은 예능으로서는 실패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신승훈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독한 인물들이 엄연히 도사리고 있음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한 회쯤 독기를 빼고 진행한다 해서 '위탄'의 시청자들이 지루함이나 실망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착하기만 한 신승훈 특유의 진행은, 독설에 지쳐 있던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한숨 쉬어가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이렇게 되면 다음 번에 닥쳐올 상처와 독기는 더욱 신선한 충격을 주게 마련이다.

타고난 성품이 그런가보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독설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신승훈은 27일에 방송된 '놀러와'에서, 고정멤버인 이하늘이 "신승훈은 착한 멘트만 골라하고 방시혁에게만 독한 것을 시킨다"고 지적하자 답변으로 그 이유를 털어놓았다.


무명 시절 신승훈은 호프집, 피자집, 수영장은 물론 심지어 미용실에서도 노래를 부르며 생계를 꾸려가야 했다. 미용실 손님 모두가 퍼머를 말고 조용히 앉아 있을 때면 잔잔한 노래를 불렀지만, 누군가 시끄러운 드라이 서비스를 받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목소리의 볼륨을 높여야 했다. 어려웠던 처지였던 만큼 무시와 조롱을 당하기 일쑤였고, 때로는 날아오는 갖가지 물건들에 얻어맞으면서도 노래를 불러야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가슴에 깊이 상처를 새긴 것은, 행동보다 말로써 던지는 비수였다. 그 무렵 별 뜻 없이 던지는 사람들의 말 때문에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던 신승훈은, 그 기억 때문에 오디션 참자가들에게도 상처되는 말을 쉽게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 온 시각장애인 참가자 서의환에게 자기가 좀 차가운 말투로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을 방송을 보고서야 깨달은 신승훈은 혼자 술잔을 기울이고도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괴로워했다.

그의 아픈 기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데뷔 전 아르바이트로 노래를 부르던 업소에 음반 관계자 한 명이 그의 노래를 들으러 왔었다. 잘 보이고 싶어서 긴장한 나머지 노래는 오히려 뻣뻣하게 흘러나왔고, 음반 관계자는 그의 노래를 듣다가 중간에 휭하니 나가 버렸다. 그 사건이 얼마나 깊은 상처로 남아있는지, 신승훈은 그 때 이후로 누구의 어떤 음악을 듣든지 중간에 일어서는 법이 없다고 한다. 아무리 형편없다고 느껴져도 일단 끝까지 듣고 박수를 치고 나서야 일어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대한 탄생' 오디션에는 너무도 많은 참가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어서,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부득불 중간에 노래를 끊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 라는 속담이 있다. "구박받던 며느리가 못된 시어머니 된다"는 말도 있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사람은 과거의 고통을 기억하지 못한다. 행복한 기억만을 간직하고 싶은 자기방어 본능 때문에, 고통의 기억은 더 쉽게 잊혀진다고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보상심리가 작용하여, 힘을 얻고 나서는 오히려 자기가 고통받았던 만큼 타인을 괴롭힘으로써 희열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고통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현재의 거울로 삼아서 타인에게 덕을 베푸는 사람은 그리 많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신승훈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힘들었던 그의 과거는 지금 가수의 꿈을 꾸는 후배들에게 그대로 투영되어, 그들을 신승훈 자신처럼 느끼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자신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신승훈은 진심으로 제자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브라운관에 비쳐지게 된다. 그것은 거의 순도 100%의 감동이라, 굳이 독기를 섞지 않아도 그 자체로서 충분히 임팩트 강한 예능이 된다.

과거의 아픔을 잊지 않는 것은 김태원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보다 많은 방황과 상처를 경험했던 김태원 또한 제자들에게서 예전의 자기 모습을 본다. 그래서 이들은 모진 말보다는 애정어린 충언으로 어린 후배들을 이끌려 하는 것이다. 박완규가 김태원에게 물었다. '부활'의 보컬이었던 자신과 정동하는 그토록 심하게 몰아붙이고 독설을 했으면서, 왜 '위탄'의 멘티들에게는 그토록 너그러운가 하고 말이다. 그러자 김태원은 "아마추어들에게 상처를 주면 비뚤어질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일단 프로의 세계로 들어온 후에는 가차없는 훈련을 거쳐야 하지만, 아직 자리도 잡지 못한 아마추어에게 너무 일찍부터 상처를 주면 오히려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재능이 없어 보여서 포기시키고 싶다면, 그냥 솔직하게 말해주면 될 일이다. 굳이 갖은 독설로 눈물까지 짜내게 할 필요는 없다. 독설을 듣고 절치부심 노력해서 성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절대 다수는 그저 상처만 받은 데서 끝나기 때문이다. 또한 어차피 가수를 포기하고 다른 길로 갈 사람이라면 더욱더 상처를 주어야 할 이유가 없다. 독설은 참가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시청자의 재미를 위한 것이다. 예능은, 아니 방송은 원래 그렇게 잔인한 것이다.


제작진의 요청도 있었겠지만, 방시혁과 이은미는 상대적으로 독설을 좀 많이 하고 멘티들에게 가혹한 편이다. 그런데 우연인지 모르지만 '놀러와'에서 털어놓은 그들의 과거는 비교적 순탄한 편이었다. 수년간이나 혼자 노래하며 연습만 거듭하던 이은미는, 어느 날 갑자기 '시인과 촌장' 하덕규의 주선으로 한 라이브클럽 무대에서 노래부를 기회를 잡게 되었고, 그 기회가 폭발적 운명이 되어 지금의 그녀를 있게 했다. 당시 이은미가 주름잡고 있던 신촌 라이브카페들은, 무명시절의 신승훈이 감히 기웃거리지도 못하던 꿈의 무대였다. 그리고 방시혁 또한 데뷔 초기부터 자신이 만든 노래가 히트를 치는 바람에 스타 작곡가로 급부상했으며, 무명 시절을 거치지 않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케이스였다.

이들은 신승훈이나 김태원처럼 기나긴 무명 생활을 경험하지 않았고, 그 안에서 온갖 치욕과 설움을 당해 보지도 않았다. 물론 노력이야 많이 했겠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뼈를 깎고 가슴을 저미는 고통까지 겪어 본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감정에 휩쓸리지 않아, 멘티들을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냉철한 평을 해 줄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론을 가르쳐 주고 세상을 똑바로 보게 하는 것도 물론 스승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최고의 스승이라면, 무엇보다 제자들을 마음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비록 가르침의 능력이 좀 부족하더라도, 제자를 가슴으로 끌어안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한 스승이라고 말이다. 더우기 신승훈과 김태원은 가르침의 능력 또한 뛰어난 사람들이니, 나는 주저없이 이들을 '위대한 탄생' 최고의 멘토라고 부른다. 예능적 재미를 위해서는 분명히 다른 멘토들의 독기가 필요하겠지만, 나는 오늘도 내일도 이 착한 멘토들이 뿜어내는 착한 감동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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