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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 이승기의 '못된 진행'은 배려심이다

레이몽 2011. 4. 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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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강심장'을 보면 이승기의 재치와 순발력에 놀랄 때가 많다. 수많은 게스트의 혼란스런 토크 와중에도, 그는 항상 정확한 타이밍에 촌철살인의 멘트를 날린다. 오히려 메인 MC 강호동보다 훨씬 더 뛰어난 것처럼 보일 때도 많다. 그야말로 청출어람이다. 아직은 나이가 어려서 보조의 자리가 어울리지만, 앞으로 연륜과 경력이 쌓이면 차세대의 국민MC 자리는 무조건 이승기의 차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강호동과 유재석의 2강 체제가 상당히 오래 지속되고 있는데, 그 때가 되면 이승기와 대적할만한 상대가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승기가 조금씩 '못된 진행'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조정린이 애써 성대모사를 했는데 멀뚱한 표정으로 "왜 갑자기 그런 걸?" 하고 묻는다거나, 잠시 후에 그녀가 다시 무슨 말을 시작하려는데 "혹시 그 안경과 코가 연결된 건 아니죠?" 와 같은 생뚱맞은 소리를 해서 웃음보를 먼저 터뜨려 놓기도 한다. 문희준이 야심차게 나서서 배우 이병준의 성대모사에 도전했을 때도 웃음기 없는 얼굴로 "우리만 보라고 이렇게 수고를..." 하는 멘트로 통편집을 예고하기도 했다.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못된 진행'은 원래 강호동의 것인데, 이 분야에서도 과연 청출어람인 것일까? 강호동은 기특하다는 듯 이승기의 어깨를 두드리며 흐뭇해 했다.

하지만 이승기가 보여주는 '못된 진행'은 오히려 그의 전매특허인 '배려심'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이승기는 '1박2일'에서도 고된 일과와 저녁식사를 마친 후 곧바로 휴식하러 들어가지 않고, 스탭들을 위해 직접 고기를 구워 줄 정도로 배려심이 깊은 청년이다. 심지어는 귀한 고서를 구입해 오라는 미션을 받았을 때,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책을 꼭 필요로 하시는 분에게 양보하고 싶다며 구입하지 않고, 카메라 인증샷으로 대신했을 정도로 그는 섬세하다. 그 어린 나이에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런 소소한 부분에까지 미친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이승기가 못된 진행을 통해 주로 공격(?)하는 대상은, 문희준과 조정린 등 최근 '강심장'에 고정패널로 합류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한때는 매우 잘 나갔었지만 이제는 예전같지 않은 연예인들이라는 점이다. 예전에는 그들이 뭔가 시도만 해도 빵빵 터졌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애써 노력하는 모습이 민망해 보일 만큼 썰렁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럴 때 이승기는 물렁한 풍선에 바늘을 꽂듯이 '못된 진행'으로 콕콕 눌러 준다. 그러면 빵빵하지 않던 풍선도 펑 터지면서 웃음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조정린의 성대모사는 한때 전국민에게 인기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솔직히 이제 그녀의 성대모사를 들어도 별로 웃기지 않다. 더구나 남의 토크 중간에 불쑥 끼어들어 성대모사를 하는 조정린의 노력은 생뚱맞을 지경이다. 모두 웃지도 못하고 싸한 분위기인데, 그 때 이승기가 나서서 "근데 정린씨, 왜 갑자기?" 라고 일부러 무안을 주면 그제서야 다들 와하하 웃는 것이다.

문희준 역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터뜨리기는 쉽지 않다. 어렵게 고정을 따냈으니 밀려나지 않으려면 뭐라도 해야겠는데 애써 시도해 봐도 영 반응이 신통치 않다. 민망하게 고개를 푹 숙이는데 이승기가 진지한 얼굴로 "우리만 보라고 수고해 주신..." 하는 바람에 오히려 빵 터졌다. 원래는 통편집 감이었지만, 오히려 편집을 예고한 이승기 덕에 편집당하지 않고 방송에 나오게 된 셈이다.

이렇게 이승기는 능란한 진행으로 출연진 모두를 배려한다. 조정린과 문희준은 모두 이승기보다 훨씬 선배이고 나이도 많지만, 어린 이승기의 조율 능력에 커다란 혜택을 입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너무나 칭찬일색인 사람이어서 나까지 숟가락을 얹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지만, 이승기는 볼수록 신비할만큼 놀라운 청년이다. 도대체 어떤 사주팔자를 타고 났기에 그 나이에 못 갖춘 것이 하나도 없는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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