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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순위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렛잇비 렛잇비kkk 2011. 5. 6. 09:34


'나는 가수다'의 열풍이 뜨거운 만큼 이런저런 왈가왈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해 이렇게까지 시끌시끌해 본 것도 오랜만이라, 한편으로는 이런 현상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다. 논란의 종류도 참 여러가지다. 발단은 김건모의 재도전으로 인해 불거졌다. 원칙을 무시하는 것은 곧 시청자와의 약속을 무시하는 거라고 느낀 대다수의 사람들은 분개했고, MC 이소라의 부적절한 언행이 그대로 방송에 나감으로써 불러일으킨 거부감도 대단했다.


결국 '나가수' 시즌1은 고작 경연 2회만에 일단락되고, 실질적 기획자이며 수장이었던 김영희 PD는 전격 경질되었으며, 한 달이라는 준비기간을 거쳐 '나가수' 시즌2가 시작되었다. 일단 출발은 무난하고 성공적이었다. 반응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특히 새로 합류한 가수들 중 임재범에 대한 열광은 더없이 폭발적이다. '나가수' 돌풍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이며, 이것은 지난 7~8년간 아이돌의 '눈으로 보는 음악'이 지배해 왔던 한국 가요계를 완전히 재편성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새로이 대두된 또 하나의 논란이 있으니, 엄연히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가수들에 비해 그 역할이 비교도 안 되게 미미한 개그맨 매니저들의 출연료가 더 많다는 것이다. 하필이면 가수 대표로 임재범, 개그맨 대표로 박명수의 이름이 거론되는 바람에 공연한 '박명수 죽이기'가 아니냐는 반대 의견까지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임재범과 박명수라는 개인의 출연료가 아니라, 가수와 개그맨의 출연료에 대한 형평성 문제임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모든 논란에는 다 이유가 있고, 그 중에는 유익한 논란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청중평가단의 투표로 정해진 가수들의 순위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말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선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순위 자체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출연하는 모든 가수는 이미 저마다의 확고한 음악 세계를 구축한 프로들이다. 그에 비해 순위를 결정하는 청중평가단은 모두 아마추어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순위는 결코 실력을 판가름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인기투표에 지나지 않는다. 그 날의 공연에서 누가 노래를 더 잘 불렀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느냐가 순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인기투표도 나름 중요하지만 청중평가단 500명의 판단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그들도 엄연히 개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며 극소수의 시청자 그룹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원칙적으로는 순위가 중요치 않은 프로그램이지만, 가수들의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기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경연에서 꼴찌를 하면 그 이후의 출연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니 충분히 굴욕이라 느낄 수도 있다. 이것은 어느 정도의 자극적 재미를 필수 요소로 하는 예능의 특성 때문이다. 혹시라도 꼴찌를 할까봐 식은땀을 흘리는 최고의 가수들을 보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더없이 팽팽한 긴장감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일견 잔인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순위에 대해 시청자들이 왈가왈부하게 되면 가수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가수들이 느끼는 퇴출에 대한 압박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는 방법은, 최대한 순위를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꼴찌를 한다 해도 절대 음악성이 부족하거나 가창력이 딸리거나 인기가 없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순위가 어떻게 매겨지든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야 한다. 말이 많아질수록 순위에는 더욱 무게가 실리고, 가수들은 점점 더 순위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발적으로 물러난 김건모를 제외하고 첫번째 탈락자가 된 정엽은, 당시에는 쿨한 태도를 보였지만 그 후유증이 상당히 컸다고 한다. 잠자다가 중간에 깼을 때도 '꼴찌'의 기억이 불쑥 떠오르고, 심지어 '꼴뚜기' 같은 단어만 들어도 흠칫할 정도였다니 그 충격이 만만치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히려 대중들은 그를 꼴찌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는 자존심에 타격을 입은 것이다. 아직 프로그램이 초창기라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기라성같은 가수들이 어김없이 3주에 한 번씩 탈락하다 보면 자연히 그 충격도 완화되어 갈 것이다. 적응되지 않는 자극이란 없는 법이니까.

하지만 시청자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높여 "내가 보기에는 제일 잘했는데 떨어졌다" 는 둥 하면서 시끄럽게 왈가왈부를 시작하면,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고 가수들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떠나는 사람도, 남아있는 사람도 마음이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연우의 6위를 두고서도 말들이 많다. 가창력은 최고 수준으로 출중하나 화려한 퍼포먼스 등은 전혀 없이 똑바로 서서 노래하는 스타일 때문에 불리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맞는 말이다. 청중평가단 중에도 김연우의 깨끗하고 담백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었겠지만, 대다수의 공감을 얻기에는 불리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청중평가단은 전문가가 아니라 아마추어인데, 일단 마음이 끌리는 쪽에 투표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밖에서 이러쿵저러쿵 따지고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 만일 그러한 약점(?) 때문에 김연우가 2~3주를 못 넘기고 탈락하게 된다면, 그것이 김연우의 음악성이나 가창력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까? 결코 그렇지 않다. 거듭 말하지만 '나가수'에서의 순위는 어디까지나 예능적 재미를 위한 것일 뿐, 음악 자체의 가치와는 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분위기로 봐서는 결코 그런 일은 없겠지만, 설령 다음 주의 경연에서 임재범이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한다 해도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떠나는 사람에게는 그 동안 수고했다는 환송의 박수를, 남아있는 사람에게는 다음 주에 또 한 번의 감동을 당부한다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면 그뿐이다. "순위는 중요치 않다"는 생각을 시청자들이 확고히 갖고 있어야만, 어려운 결심으로 그 자리에 서서 우리에게 주말마다 감동을 전해주는 가수들을 편하게 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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