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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 대처하는 김자옥의 자세가 좋았던 이유

레이몽 2011. 3.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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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김자옥이 3년 전에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는 기사를 얼마 전에 읽었지만, 나는 당연히 초기에 발견해서 완치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3년 전부터 최근까지 너무나 건강한 모습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심장'에 출연한 그녀가 직접 털어놓는 말을 들으니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었다. 수술 후에도 방사선 치료를 무려 28번이나 받았을 정도라면 초기라고 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암 선고를 받았을 때 옆에서 남편은 울고 있었지만, 김자옥은 오히려 담담한 태도로 의사에게 치료 과정을 물었다고 한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수술을 결정하고 하루하루 긍정적인 마음으로 28회의 방사선 치료를 견뎌냈다. 병원 스탭들이 모두들 중간에 포기할 줄 알았는데 놀랐다면서 그녀의 의연한 자세를 칭찬했다고 한다.

김자옥은 방송에서도 시종일관 밝은 웃음으로 가볍고 초연한 태도를 보여 주었다. "너무 겁을 낼 필요는 없어요. 내 목숨은 내 것이 아니잖아요. 병원에 가 보면 암 환자가 정말 많아요." 그녀가 '강심장'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얼마 전 10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 온 아들의 적극적인 권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아들은 어머니를 응원하기 위해 함께 출연하기까지 했다. 김자옥은 유학 중인 아들이 염려할까봐 발병 사실조차 숨겼기 때문에, 뒤늦게 아들이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 이미 그의 어머니는 수술과 항암치료까지 마친 뒤였다.


그 당시의 놀랐던 심정을 떠올리며 아들은 말했다. "아들이 10년만에 돌아왔으니까 이제는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저와 같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 주세요." 연예인 부모를 둔 아들답게 그는 만만찮은 끼와 예능감을 보여 주었다. 갑작스런 MC들의 요청에도 당황하지 않고 선선히 무대로 걸어나와 코믹 댄스를 선보였고, 기왕 출연한 김에 '강심장'의 특징인 CO2 벌칙까지 받아 보겠다면서 기꺼이 의자에 앉아 바람까지 맞아 주었다. 그 모든 것이 어머니를 위한 마음으로 느껴졌기에 무척이나 흐뭇한 광경이었다.

나는 원래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그 출연자 중에서도 김태원을 가장 좋아한다. 최근 '암 특집' 촬영을 계기로 김태원의 초기 위암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물론 깜짝 놀랐지만, 초기에 발견되어서 무척이나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뿐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런데 다음 주 '남자의 자격'은 김태원의 위암을 중점적으로 다룰 모양이며, 예고편을 보니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굉장히 무겁고 심각하게 표현되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는 표현도 나왔고, 이경규와 김국진이 슬프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다. 그 장면을 보자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70대 중반이신 나의 아버지도 재작년 봄에 전립선 초기 암 진단을 받으셨다. 가족들의 놀람과 충격이 없을 수는 없었지만, 우리는 아무도 울지 않았다. 나는 평소에 무척이나 겁이 많고 소심한 편이지만, 아버지의 병 때문에 한 번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초기에 발견되어서 다행이고, 항상 괜찮을 거라고, 너끈히 회복되실 거라고만 거듭거듭 생각했을 뿐, 한 번도 슬픈 감정에 빠지지 않았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슬퍼하면 누구에게도 좋을 것이 없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그러지 않으려고 했다. 아버지는 곧 수술을 받으셨고 염려할 것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으며 2년이 흐른 지금도 아주 건강하게 생활하고 계신다. 

'남자의 자격'에서 무슨 의도로 그렇게 무거운 반응들을 방송에 포함시켰는지는 잘 모르겠다. 건강 검진의 중요성을 일깨우자는 취지는 물론 좋지만, 크게 염려할 것도 없는 초기 암인데 눈물을 뚝뚝 흘리고 다들 걱정에 휩싸여서 어쩔 줄을 모르는 모습들이라니... 물론 다음 주에 제대로 편집된 방송을 보고 판단해야겠지만 예고편을 보는 기분은 확실히 거북했다. 그렇게 우울한 분위기로 만들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골의사 박경철이 정확히 나와 똑같은 견해를 자신의 트위터에 표현해 주었다. 고마웠다.


김자옥은 초기에 발견하지도 못했으니 더욱 절망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밝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같은 날 방송에 출연한 탤런트 김혜진도 암과 관련된 자신의 체험담을 공개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수술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암이 퍼져 3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으신 상황에서 김혜진은 '아이리스'에 캐스팅되어 뒤늦게 배우로서의 인생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TV에 나오는 딸의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흐뭇한 나머지 본인의 병을 잊고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셨다.

다행히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그녀를 칭찬하는 기사가 인터넷에 많이 떠돌았고, 아버지는 매일 딸의 이름으로 기사 검색을 하면서 생활의 낙을 삼으셨다고 한다. 그런 기쁨 때문이었는지, 기적적으로 암 덩어리가 절반 가량이나 사라져버려서 수술이 가능하게 되었다.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아버지는 그렇게 수술과 항암치료를 마쳤고, 1년여의 세월이 흐른 현재는 몸에 암세포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건강하게 살아계신다고 했다. 듣는 것만으로도 기뻐서 눈물이 나올 지경의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부디 '남자의 자격'에서도 초기 암을 가지고 눈물을 펑펑 쏟거나 하지 말고, 어두운 모습보다는 밝은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그런 자세가 환자 본인에게 좋기 때문이다. 물론 위험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야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수술 후 5년간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는데 김자옥은 이제 3년이 흘러갔으니, 아무쪼록 앞으로 2년 동안 더 무사하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딸에 대한 사랑이 깊으신 김혜진의 아버지도 앞으로 몇 년간만 무사히 견디시면 오래오래 행복한 삶을 영위하실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부디 오늘 하루도 순간마다 그 말을 잊지 않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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