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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정도를 넘은 선정성, 문제 있다!

레이몽 2011. 3. 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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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초반에 시선을 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던 것일까? '마이더스' 2회를 보던 나는, 지금 방에서 TV를 보고 있는 게 맞는지, 혹시라도 19금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에 앉아 있는 건 아닌지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김희애가 호텔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스위트룸에 들어선 시간은 이미 훤한 대낮이었다. 그런데 들어서자마자 한쪽 소파에서 옷을 거의 벗은 채 허리 아래쪽에 얇은 천만 간신히 덮은 채 늘어져 자고 있는 여인의 뒷모습이 보였다.

 


소스라치게 놀란 정신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카메라가 옆으로 돌면서 비추는 곳에는 또 다른 여인이 얇은 슬립만 입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자고 있었다. 김희애는 그 곳에 남동생을 찾으러 온 참이었다. 두 여인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 다음에 더 심한 장면이 나올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스위트룸 안쪽의 더 깊은 방으로 들어서자 침대가 있었고, 김희애의 남동생 노민우는 그 곳에서 세번째 여인과 함께 잠들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반라의 신체가 드러난 채 흰 모포로 주요 부위만을 가리고 있었다.


마침 혼자 보고 있던 것이 다행이었다. 가족과 함께 보는 중이었다면 얼마나 민망했을까? 아니, 혼자였음에도 나는 충분히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안방극장에서 왜 이 정도 수위의 선정성을 감당해야 하는 것일까? 재벌가의 서자는 지난 밤부터 세 명의 여인을 데리고 특급호텔의 스위트룸에서 날이 훤히 밝아 올 때까지 쾌락의 향연을 벌인 모양이다. '마이더스'에서 노민우의 첫 등장은 그렇게 충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덕분에 유명준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망나니처럼 살아가고 있는지는 처음부터 확실히 각인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꼭 이런 방식이어야 했을까? 인물의 특성은 주고받는 몇 마디의 대사와 눈빛만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풍요 속의 빈곤이다. 돈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가슴 속은 텅 비었다. 아무리 술과 여인과 쾌락을 탐해도 그 허전한 속은 채워지지 않는다. 이러한 남자의 캐릭터는 이미 여기저기서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식상한 것이다. 그래서 좀 더 자극적인 설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같은 날 종영을 맞이하는 '드림하이'의 시청률을 두려워해서 무리수를 둔 것일까?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을지는 의문이다. 첫 등장부터 지나치게 퇴폐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에 훈남 탤런트 노민우의 캐릭터는 벌써 비호감으로 낙인찍혀 버렸다. 게다가 그 이후에는 말쑥한 간호사 이민정에게 염치도 없이 들이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결혼할 남자가 있다고 분명히 거부 의사를 밝히는데도 개의치 않고 좀 놀아보자며 집적대는 찌질한 재벌2세다. 어차피 나중엔 주인공 장혁의 연적이 될 터인데 이래 가지고서야 너무 매력이 없다.  

이 정도의 선정성과 퇴폐성은 제재되어야 마땅하다. 불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드라마에서 '15세 이상 시청 가'라는 표시를 달고, 어른들의 눈으로 보기에도 민망한 장면들이 버젓이 흘러나오고 있다.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의 눈을 일일이 손으로 가려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이들이 저 장면을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추하다거나 싫다고 생각하는 아이도 있겠지만, 한 번쯤 저렇게 놀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까? 저런 부적절한 자극이 학교나 학원에서의 성폭력을 더욱 부추기게 되지는 않을까?  

이런 식으로 만든다 해서 시청률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탄탄한 대본과 연출이 있고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이 뒷받침 된다면, 이런 무리수를 쓰지 않아도 시청자는 알아서 채널을 고정한다. 장혁과 김희애처럼 좋은 배우들을 섭외해 놓고 왜 이런 장면을 넣어서 작품을 진창으로 만드는가? 앞으로는 부디 욕심을 자제하고 진정한 작품성으로 승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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