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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은 성추행이 맞다. 팬들의 옹호가 독이다

레이몽 2010. 12. 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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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에서 나온 베드신은 확실히 성추행이 맞다. 드라마에 홀릭한 팬들은 애써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지만, 아무리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그것은 성추행이 맞다. 옹호하는 사람들은 길라임(하지원 분)이 겉으로는 거부하면서도 사실은 김주원(현빈 분)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추행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 장면이 성추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단면적으로 그 장면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길라임이 아무리 김주원을 사랑하고 있었다 해도 그것은 성추행이 맞다.

여자도 좋으니까 결국은 같이 있었던 거 아니냐고, 정말로 싫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좀 더 강하게 반항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길라임은 힘으로도 밀어내고 온갖 말로도 구슬러 보았다. 더 이상의 강력한 반항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 이빨로 물어뜯기라도 해야 한다는 건가?

이 세상에는 엄연히 데이트 성폭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서로 사랑하는 공식 연인 사이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사람의 욕구란 항상 똑같은 것이 아니다.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 해도, 그 순간에는 동침을 원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동침이란 반드시 성행위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시크릿 가든'에서처럼 한 침대에서 잠드는 것을 포함한다. 사랑하지만 그 순간에는 키스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함께 눕는 것이 정말 싫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힘으로 억누르고 강요하는 것은 확실한 추행이다. 어떻게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오래 전의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에서 보았던 장면이 기억난다.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애인인 조재현의 요구에 항상 순종적이었던 진희경이 영화의 종반에는 드디어 자기의 솔직한 심정을 말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언제나 쉽게 해 오던 동침을 갑자기 거부하는 진희경의 태도에 당황한 조재현은 살살 달래도 보고 화를 내기도 하지만 진희경은 응하지 않는다. 조재현은 기습적으로 그녀의 몸에 슬쩍 손을 대어 보고는 "다 젖었으면서 왜 그래?" 하고 말한다. 그러나 진희경은 "젖었든 말든 그냥 내버려 둬!" 라고 앙칼지게 소리친다. 그녀는 정말 싫기 때문에 싫다고 말했던 것이다.


드라마의 팬들 중 어떤 사람들은, 내게도 아들이 있지만 이 드라마를 보고서 잘못된 행동을 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도 말한다. 물론 대부분의 청년들은 드라마에서 아무리 어처구니 없는 장면이 나왔다 해도 그대로 따라하는 바보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그 장면을 보고 여자란, 안돼요~ 하다가 돼요, 돼요, 돼요~ 로 바뀐다는 웃기는 생각에 더욱더 힘을 얻고 실천에 옮기는 멍청이가, 절대 한 명도 없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만약 그런 멍청이 때문에 단 한 명의 여성이라도 원치 않는 일을 겪었다면, 그 황당한 베드신을 옹호하던 사람들은 그 여자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이라도 가져 줄 것인가?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훨씬 더 심한 장면도 많이 나왔는데 왜 '시크릿 가든'만 걸고 넘어지냐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지금까지 보아 온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도 '시크릿 가든'의 베드신이 더욱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거부하는 여자를 남자가 힘으로 제압해서 강제로 침대에 눕히는 정도의 말도 안 되는 폭력적 장면이 너무 아름답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김수완무를 읊조리면서 절제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무슨 그런 논리가 있나? 절제하려면 버둥거리는 여자를 힘으로 침대에 눕히지도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마지막 한 단계를 남겨두고 꾹 참았다고 해서 김주원이 절제했다고 할 수 있단 말인가? 

더 웃기는 것은 법적인 문제까지 들고 나오면서, 성추행이란 피해자 본인이 신고해야 하는 것인데, 그 일이 있고 나서도 길라임이 아무렇지 않았기 때문에 성추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수많은 여성들이 애인으로부터 데이트 성폭력을 경험한다. 그 중에 애인을 경찰에 신고하는 여성이 몇 명이나 있을까? 자기는 원치 않는데도 애인이 원하기 때문에 결국은 받아 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마음은 상했지만 법적으로 처벌하려고는 않는다. 동네방네 억울하다고 떠벌리지도 않는다. 그냥 참아 넘기고, 사랑하는 애인이 다음에는 그러지 않기를, 좀 더 자기 의사를 존중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또 어떤 사람은 말한다. 세상 어떤 여자가 그 상황에서 냉큼 좋다고 하겠느냐고, 만약 그랬다면 길라임이 이상한 여자가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왜 이상한 여자인가? 진짜로 원한다면 얼마든지 활짝 웃으며 팔을 벌려 남자를 안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오히려 어서 오라고 팔을 잡아 끌어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둘 다 현재 완벽한 싱글이고 나이도 29, 33 씩이나 되었는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두 사람의 욕구가 그렇게 일치할 때라야만, 키스든 동침이든 육체적 사랑의 행위는 정당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길라임은 분명히 거부했다.

아무리 드라마를 사랑한다고 해도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해 주는 것이 진정한 팬심이다. 그 강제적 폭력적 베드신을 아름답다고 옹호하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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