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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장희처럼 될 수 없는 이유 '무릎팍 도사'

레이몽 2010. 12. 2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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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이어서 이번 주에도 '무릎팍 도사'의 게스트는 이장희였습니다. 그의 고민은 "대체 어떻게 하면 한 번뿐인 인생을 좀 더 즐기며 살 수 있을까요?" 라는 것이었는데, 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이장희라는 인물이 너무나 부럽다는 생각과, 나는 결코 저렇게 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지요. 이장희는 그 누구보다도 인생을 즐기며 살고 있는 사람이기에, 그가 들고 온 고민은 사치거리에 지나지 않아 보였습니다.

하긴 연예인들이야 원래 특출한 끼나 재능이나, 그것도 아니면 잘 생긴 외모라도 갖고 있게 마련이니,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로서야 부러워할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이장희는 그 중에도 너무 특별했습니다. 그의 영화같은 인생 이야기는 듣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기는 했지만, 이상하게도 삶의 용기를 주기보다는 열패감만을 자극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우선 그는 다방면으로 너무 출중한 재능을 지녔습니다. 학창시절에는 내내 공부를 안 하고 놀다가, 자기 때문에 우시는 어머니를 보고는 단 일주일동안 예상 문제를 뽑아서 공부했는데, 국내 최고의 명문대학에 덜컥 합격을 했으니, 이것부터가 범상치 않은 능력입니다. 본인은 운이 좋아서라고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단지 운으로 될 수 있는 일은 아니지요. 입시 지옥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에게도 용기를 주기보다는 좌절감을 느끼게 할만한 일화였습니다.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닌데 그저 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가 작사 작곡한 노래들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나중에 후배 그룹 '사랑과 평화'에게 만들어 준 음반은 겨우 열흘만에 완성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별다른 고뇌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명곡을 써냅니다. '네버앤딩 스토리'를 완성하기 위해 수개월간의 피땀어린 고뇌와 가정불화까지 겪어야 했던 김태원의 일화를 얼마 전에 드라마스페셜 '락락락'에서 보았는데, 그와는 너무도 비교되는 이장희의 예술 인생이었습니다. 오늘도 수없이 고뇌하고 있을 예술가 지망생들에게 훨씬 더 큰 용기를 주는 사람은 아마도 김태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장희는 아무런 고민 없이 자기의 생활 터전을 외국으로 바꿀 수 있을 만큼의 과감성과 용기를 지녔습니다. 그게 꼭 좋은 거라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보통 사람으로서는 불가능한 결단입니다. 방송에서는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와 무엇 때문에 헤어졌는지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도 그 무렵이 아닐까 싶군요. 잠시 여행을 간답시고 떠나더니 돌아오지도 않는 남편, 한국에서의 모든 생활을 버리고 덜컥 미국에서의 새 생활을 시작한 남편을 이해할 수 있는 아내는 많지 않을 테니까요. 그런데 이장희는 그 낯선 곳에서도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하는 능력을 또 지녔습니다. 기본적으로 재력은 뒷받침이 되었던 모양이에요. 돈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고생했다는 얘기는 전혀 없더군요.


하여튼 공부, 예술, 사업 등 이렇게 다방면에서 성공에 성공만을 거듭하는 그의 인생을 보며 열패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었을까요? 더구나 그는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성품마저 지녔고, 자기 뜻대로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능력도 있을 뿐 아니라 항상 운도 좋았습니다.

그가 지닌 능력 중 한 가지만이라도 가졌으면 하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꿈입니다. 공부를 잘 하거나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거나 돈을 잘 벌거나, 그 중 하나만이라도 갖추었으면 충분히 행복하다고 여길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는 보잘것없는 재능을 지녔기에 성실함 하나로 버티며 살아갑니다. 아무리 더럽고 서러워도 눈물을 꾹꾹 참으며 이 험난한 세상 속을 버텨나가는 것이지요.

우리는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만한 용기와 과감성도 없습니다. 그래봐야 머지않아 후회할 것을 아니까요. 그리고 떠나서 자리를 잡으려면 돈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보통은 돈도 없습니다. '무릎팍 도사'에 나와서 이장희가 들려준 인생 이야기는 그저 꿈 같고 영화 같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았지만, 방송을 보고 나서 남는 것은 흐뭇함이 아니라 씁쓸함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다른 게스트들이 나와서 자신의 힘들었던 삶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아, 화려해 보이는 저 사람도 속으로는 많이 힘들었구나. 그런 줄 몰랐는데 많은 고생을 했구나" 라고 생각하며 왠지 모를 위로도 받고 했는데, 겸손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너무나 흠잡을 곳 없이 자유롭고 행복하게만 살아온 것 같은 이장희를 보면서는, 평범한 인생의 서글픔을 느낄 뿐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너무 잘난 게스트 말고, 좀 평범한 게스트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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