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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 오정해의 스승, 김소희 명창 이야기

레이몽 2010. 3. 1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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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에 국악인 오정해가 출연하여 작고하신 스승 김소희 명창에 대한 추억을 감동적으로 풀어내었습니다. 김소희 명창은 속정이 깊으셨으나 무척 엄한 스승이셨다고 하는군요. 칭찬은 거의 하지 않고 꾸중이 잦으셨으며, 언제나 제자를 강하게 기르려 하셨답니다.


몸이 악기인 우리는 언제 어느 곳에 가서 음식을 먹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설령 비위가 상하거나 못 먹을 음식을 먹었더라도 탈이 나지 않고 견딜 수 있게끔 항상 몸의 면역성을 길러야 한다고 하시며, 스스로 쉰 음식을 드시는 바람에 오정해도 함께 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소리를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여 잠꼬대로까지 스승과 더불어 연습을 주고받았으며, 그 잠꼬대조차 틀리면 그 다음날 야단을 맞고 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조차 믿을 수밖에 없더군요. 오정해씨의 태도가 너무 진실해서요. 그리고 한겨울에 청바지를 손빨래하도록 시키셨으며, 시려운 손으로 대충 짜서 널어놓으려 하면 스승은 다시 물에 던지시며 꼭꼭 쥐어 짤 때까지 반복하도록 시키셨다는데 좀 심하다 싶기도 했습니다.

김소희 명창은 항상 말씀하시길 "혼나는 것은 나에게만 혼나고, 밖에 나가서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정해가 되어라." 하시며 그녀의 조그만 잘못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엄하게 꾸짖으셨다 합니다.

오정해는 이야기하는 내내 눈물을 글썽거리며 “우리 스승님이 모든 것을 나에게 주고 가셨다. 언제나 가슴에 묻고 ‘스승님이 웃고 계시겠지’ 그런 마음으로 소리를 한다”고 말하더군요. 명창 김소희와 그 마지막 제자였던 오정해, 그 두 사람은 정말 서로를 잘 만나서 가장 좋은 인연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한편 저는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오정해가 그 엄하고 혹독한 가르침을 감당할만큼 강한 아이였으니까, 그런 교육 방식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구요. 만약 심성이 여리고 약한 아이였다면, 그런 방식을 감당하지 못하고 비뚤어져 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절대 일괄적으로 다룰 수는 없는 일이지요. 일례로 체벌의 경우만 해도 그렇습니다. 체벌이 필요한지 불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만, 그 역시 경우에 따라 필요하기도 하고 불필요하기도 합니다. 심성이 여린 아이에게는 체벌이 큰 충격을 주어, 성인이 된 후에까지 트라우마로 작용하게 될 수도 있으므로 절대 삼가해야 합니다. 하지만 너무 기가 세고 겁이 없고 반항심이 강해서, 도저히 순한 방법으로 교육이 불가능한 아이에게는, 적절한 체벌이 큰 효과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아이에게 어떤 방식이 어울리는지를 그때마다 정확하게 판단하는 일은 쉬운 게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소희 명창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도 정확하셨던 것 같습니다. 오정해의 재능뿐만 아니라 그 심성까지도 정확히 파악하여, 본인의 교육방식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섰기에, 그녀를 마지막 제자로 거두어 혼신의 힘을 기울여 키워내셨던 것이지요. 정말 존경스러운 분입니다.

평소에는 무척이나 검소하여 아주 적은 돈이라도 아끼셨다가, 가난한 제자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 생기면 아낌없이 베풀어 주셨다던 김소희 명창은, 위대한 예술가이셨을 뿐 아니라 진정한 스승이셨군요. 그런 어르신이 우리 고유의 예술을 하시는 국악인으로 존재하셨다는 이유만으로도, 왠지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 SBS에서 이미지 관련 저작권을 행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강심장' 캡처사진은 삭제하였습니다. 
  너무 썰렁해서, 오정해씨 이미지 중에 영화 '천년학'의 한 장면을 넣어 보았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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