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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김병욱 PD가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글

레이몽 2010. 2. 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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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퍼와도 될까 고민을 좀 했는데,
어차피 '지붕뚫고 하이킥'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오늘 오후 3:55분에 올라온 글이고
많은 시청자들에게 읽히게 할 목적으로 김병욱 피디님이 써서 올리신 글이니까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읽히게 한다 해서 나쁠 일은 없을 듯하여 가져왔습니다.
설마 이 글을 가져왔다고 저작권 문제가 걸리진 않겠죠 -_-

언제나 심신의 소모를 아끼지 않고 열정적으로 작품에 임하시는 김병욱 피디님이
'지붕뚫고 하이킥' 종영을 한달 여 앞두고, 그간의 감회를 적으신 글입니다.
출연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감독님의 애정이 잘 드러나 있네요.

작품을 끝내고 하면 한동안 허무감을 못이겨 마음을 앓으신다던데
이번 작품에는 특히 애정을 더 많이 쏟으시는 듯해서 감독님의 건강이 걱정입니다.
하여튼... 김병욱 감독님이 남기신 따뜻한 글... 감상해 보세요^^



[제작진 노트] <지붕뚫고 하이킥>연출자 김병욱입니다.

안녕하세요. <지붕뚫고 하이킥> 연출자 김병욱입니다.
늦었지만 <지킥>을 사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작품할 때마다 인사말을 꼭 남겼었는데 
<지붕킥>은 그 시간마저 여의치 않을 만큼 숨가쁜 나날이어서
종영을 한달여 앞둔, ‘스페셜’이란 이름의 염치없는 방송을 결정을 한
다음에야 이렇게 쓰게 되네요.

‘스페셜방송’에 대한 구차스런 변명을 드리자면..
<지킥>은 두어달전부터 이미 엄청 촉박한 방송일정에 쫓기는 중이었는데
정음양에 이어 준혁군마저도 신종플루에 감염돼 더 이상의
촬영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출연자 수가 적은 시트콤의 특성상 정음 준혁의 분량을 모두 빼면
극 내용이 전개가 안 돼 부득이 내린 결정이니 양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스페셜방송은 기존 에피소드들에 연기자, 연출자, 작가들 인터뷰 형식을 도입해 재가공해 다시 만들었습니다 (정음양과 준혁군마저도 셀카형식으로 인터뷰를 했구요).
본방송이 아니지만 작은 위안이나마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한번 죄송하단 말씀을 전합니다.

이제 <지킥>은 한달여 후면 종영합니다.
첫 촬영이 작년 8월초였으니까 여름 가을 겨울을 거치고 꽃피는 봄까지..
사계절을 함께했네요.
엔딩장면에 그게 세경이든 자옥여사님이든 활짝 웃는 배경에
하얀목련까진 무리더라도 활짝 핀 개나리라도 넣을 수 있으면 가슴 벅찰 거 같네요.

어쩌면 이 인사가 종영인사를 겸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열악한 제작환경 속에서 함께해준 작가분들 스태프분들께
함께해서 영광이었단 말씀을 미리 전합니다.
그리고 한분 한분 다 추억과 함께 호명해 보고 싶은 연기자 분들..

하이킥 시리즈를 줄곧 저와 함께 해주신, 저한테는 아버지 같은 이순재 선생님.. 밤을 꼬박 새는 그 힘든 촬영일정을, 당신 씬을 조금만 앞 당겨주면 안되겠냔 말씀 한마디 없이 묵묵히 아침까지 인내해주신 선생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네버엔딩 스토리> 열창 장면에서 선생님은 자신이 왜 국민배우이신 가를 인증하셨습니다.  

김자옥 선생님.. 처음 뵜을때나 지금이나 항상 저에게 반달같이 귀여운 눈웃음으로 날려 주시는 격려 “감독님, 우리 드라마 너무 재밌어요. 최고예요..”. 들을때마다 뭉클하고 죄송해요. 전 선생님이 가지신 것들을 1%도 못 건져낸 무능한 연출자인데..

얼마전 변기 막힌 에피나 해리와 “빵꾸똥꾸”로 싸우는 씬을 찍고 난 후에야 제가 그랬죠. “선생님 이런 코미디도 이렇게 잘하는 분이셨어요?” 선생님 정말 죄송해요..ㅠㅠ

항상 겸손하고 쿨한 현경씨.. 드라마를 축구팀으로 친다면 관중들이 열광하는 건 골을 넣은 선수겠지만 진정한 팬과 감독은 그 골이 있기 전 공을 다루고 상대팀의 공격을 몸을 날려 막아준 선수도 같은 만큼의 가치로 기억한답니다. 장준협에게 발차기 날릴 땐 설렐만큼 멋있고, <장미의 전쟁> 필이 나는 보석과의 싸움은 박진감 있으며, 자옥과의 티격태격은 투샷만 잡아도 언제나 재밌었어요. 앞으로 남은 방송분 더욱더 멋있게 마무리해요 우리.^^ 

그렇게 망가뜨리고 망가뜨려도 방송 볼 때마다 여자작가들이 “너무 잘생겼어..너무..”를 연발하는 보석씨.. (다만 세경이 찾아 장롱위로 머리를 들이 미는 장면만은 그녀들도 섬찟해 비명을 지르더이다. ㅋ). 처음에 어색하던 침대 위 앙탈 모습이 이젠 너무 귀여워요.^^ 그리고 <지킥> 후반의 백미 보사마 랩. 랩은 커녕 노래와 담 쌓고 살았던, 서민정양과 동급 음치인 님이 그 랩을 끝냈을 때 부조정실에서 저 기립박수 쳤답니다. ㅋ 사실 별 기대 안 했거든요. 님은 위대합니다. 와우!     

지훈이.. 촬영장의 장난쟁이.. 하지만 세경이에게 “가지마라”하고 나직히 말할 땐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정음을 보며 웃을 땐 환한 해맑음으로, 사람들을 선덕거리게 하는 지훈이.. 좋은 배우는 늘 이렇게 여러 얼굴을 가졌답니다.

정음이가 플루 확진 판정을 받은 날 밤 저희는 이틀 후인 금요일 방송분을 아직 네 씬이나 못 찍고 있는 상태였었습니다. 감염을 우려해 스태프 대부분이 이미 철수했고 남은 몇 사람의 스태프와 대본 복사하던 연출부 막내까지 나서 한번도 들어본 적 없던 조명기구와 붐 마이크를 들고 촬영했었던 그날 새벽. 플루를 앓던 정음이에게도, 그 정음이를 끌어안아 준 지훈이에게도 진심 고맙다는 말을 다시 한번 전합니다. 금요일 방송은 시청자와의 약속이었고 저흰 최소한 그 약속이라도 지킬 수 있었으니까요. 두고두고 기억날 98화 정음이 치어리더 씬은 그렇게 찍어서 나간 방송이었습니다.  

준혁이.. 윤시윤군에 대한 가장 강렬한 추억은 오디션 때였던 것 같네요. 준혁이 대사중 “다 덤벼! 이 자식들아..” 어쩌고 하는 장면이었는데 연기에 몰입한 시윤군이 대본이며 종이며 저와 작가들 쪽으로 마구 던지며 날뛰어서 무척 당황했던..
무슨 억하심정으로 그런 건 아니겠지 하며 좋게 생각하려 노력중입니다. ㅋ  

준혁이를 볼 때마다 학창시절 우리도, 우리가 가장 순수했을 때 저런 눈을 가졌던가를 생각합니다. 그래서 세경이와 둘이 있을 때는 특별히 카메라를 기울여 예쁘게 찍지 않아도 첫사랑의 순수한 떨림이 전해집니다. 지금도 녹화장에서 얼굴이 잘 빨개지는 준혁군이 앞으로의 연기생활에서 갖은 기교를 배우더라도 이런 눈을 간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해리..이 아이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연기의 신이 있다면 그 신의 어렸을 때 (신도 어린 시절이 있나요? ㅋ) 모습일 거 같단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저는 이 아이가 아직 다 나지 않은 토끼같은 이들을 가지런히 보이며 웃을 때마다 순간 뿅간답니다 ㅋ. 원래는 좀 악역이라 약간 못생긴 아이를 뽑을 생각이었는데 요즘 제가 도대체 뭘 보고 이 아이를 뽑았는지 의아할 지경이죠. 하긴 저의 그 썩은 눈 때문에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어 다행이지만..

신애.. <지킥>에 가장 먼저 캐스팅된 아이입니다. <고맙습니다>를 보면서 이미 마음속으로 캐스팅했으니까요. <지킥> 전체의 화자인 이 아이의 눈은 늘 감성이 가득합니다. 이 아이가 그 눈으로 어딘가를 가만히 응시만 해도 웬지 처연하죠. 가끔 10년쯤 후에 현실속의 신애와 극중 신애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는 건 <지킥>을 연출하는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세경.. 누군가의 말처럼 예쁘다는 말과 아름답단 말을 구분하고 싶으시면 이 아이를 보시면 된다고 말하고 싶네요. 고작 스무살의 나이에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아 아이의 아름다움은 금방 눈에 띄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에 잘 몰랐다가 촬영 시작하고 한두달쯤 지난 어느 날 문득 깨달았죠.     
배역상 예쁜 옷 한번 못 입게 해서 실은 늘 미안하네요. 얼마 전에 신발이 바뀌었길래 왜 바꿨냐고 물었더니 오래 신은 운동화가 발이 너무 시려서라더군요.    
예쁜 옷 예쁜 신발이 없어도 이 아이는 스스로가 고유한 빛을 냅니다.
전 이미 봤는데.. 여러분도 잘 보시면 그 빛이 보이실 거예요.^^     

줄리엔.. 촬영을 시작한지 벌써 7개월째지만 줄리엔은 저와 가장 대화가 적었던 사람입니다. 만나면 우리의 대화는 한결 같죠. 제가 먼저 “줄리엔 요즘 인기 짱이에요” 하면 줄리엔은 쑥스런 얼굴로 “감독님 덕분이죠. 감사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의 대화는 없습니다.

그래도..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전 줄리엔이 참 좋습니다. 유창한 말솜씨 없이도 그의 따뜻한 마음을 늘 잘 전달 받을 수 있거든요. 사실 “00고 나발이고~” 가 이제 입에 착착 붙으면서 연기도 굉장히 많이 늘었죠. <지킥> 후속작 배역이 좋아 기대하셔도 좋을듯 하네요.

정음이.. 연예계에서 잔뼈가 굵은 스물여섯의 나이에 이토록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인네가 있을까요? 정음양은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지는 약을 장복하는 듯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스태프 중에는 그녀의 씬이 없는 날 살짝 우울증에 걸리는 분도 있죠.^^  저는 이 아가씨가 해변에 떡실신했을 때, 뚫어뻥으로 지훈의 차를 펴려하다 코를 훔칠 때, 황정남으로 스피링쿨러 물을 맞을 때, 술 취해 소 동상의 거시기를 따려고 할 때.. 그때마다 반했다가 간신히 제정신으로 돌아오곤 했답니다. ㅋ 

사실 <지킥> 초중반 재미 상당부분은 이 아가씨가 뛰고 구르고 술주정하며 만들어냈죠. 어떤 감사와 칭찬으로 모자랄 정도입니다. CF로 벌써 23억을 벌었다죠? 기분이 좋네요. 정음아, 내가 너한테 감사의 표시로 광고주들 졸 라서 준거다. 이미 눈치챘지? ㅋㅋ

광수.. 광수와 줄리엔이 등장하는 금요일은 리허설부터 시종 답답함을 느낍니다.
이렇게 우월한 기럭지의 인간들이란 참..
광수군을 보면 웬지 기분이 좋습니다. 얼굴에 늘 뭔가 기쁨이 있죠..
최근에 머리스타일을 제가 망친듯해 무척 미안하네요. 잡풀을 얹어 놓은 듯한 머리를 하고 왔는데 괜찮다고 했거든요. 녹화 뜰 때 몰랐다가 방송으로 보면서 으악했습니다.
광수야 미안..ㅜㅜ 

인나.. <지킥>이 중후반을 넘어서면서 한옥집 어딘가에서 서서히 빛이 어려 봤더니 인나양 이더군요.. 예뻐서 캐스팅한 친구가 아닌데 웬일인지 날이 갈수록 조금씩 더 예뻐지고 있습니다. 이 추세가 언제까지 갈 건지 알 순 없네요.^^ <지킥>이 조금 더 연장됐다면 아마도 이 매장량을 알 수 없는 유인나라는 금광을 개발하는데 더 집중했을 것 같습니다. 종영을 한달여 밖에 안 남긴 <지킥>은 그 가능성 만을 보여주고 묻어두지만 훗날 누군가가 이 황금광을 캐낼 거라 확신합니다.  

세호..<지킥>이 몇 군데서 실패한 부분들이 있다면 그 중 큰 포션은 이렇게 매력적인 기광이를 매력적인 세호로 만들지 못했던 거겠죠.
그냥 가만히 놔둬도 사랑스러운 이 아이를 데리고 이렇게 삽질을 하다니..
세호야, 다음에 만나면 그땐 정말 잘 만들어 볼께.^^        


종영을 앞두고 감회에 젖다보니 글이 엄청 길어졌네요.  
마지막 촬영이 끝나면 정들었던 집 세트들을 허물죠. 
예전 언젠가..
마지막 촬영이 끝난 뒤 세트가 무너지는 그 광경을 하염없이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한테 물었죠. 
저 세트 안에서 울고 웃던 연기자들과 저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던 걸까..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새벽 미치도록 허무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럴 것 같지만..


드라마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평행하게 달리고 있는 또 하나의 세계이며 우주입니다.
드라마가 종영하면 그 우주는 더 이상 우리 현실과 같이 달리지 못하므로
우리는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저와 <지킥>을 사랑하셨던 여러분 가슴 속에서..
언제나 순재와 자옥여사는 행복하고, 보석은 내일을 꿈꾸고, 해리와 신애는 자라고,  준혁은 사랑하고, 세경은 아름답고 정음은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남아있을 거라 믿습니다. 

<지킥>을 사랑하는 여러분들이 설레고 화창한 봄을 맞이하시길 빌며..


                                                              - 2010년 2월 1일 <지킥> 연출자 김병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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