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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밴드' 흔들리는 청춘의 자화상

레이몽 2010. 1. 19.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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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뷰 이벤트에 당첨되어 뮤지컬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대학로 창조아트센터에서 공연된 '마법사 밴드'라는 뮤지컬이었어요.


예상하기에는 너무 지나치게 무겁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그래도 예상보다는 유쾌하고 밝은 터치로 그려져서 좋았습니다. 등장인물은 마법사 밴드를 구성하고 있는 4명의 청춘남녀인 자은, 재성, 명수, 하영과 감초 역할의 스님이 계시군요.

네 명의 청춘남녀 중에서도 가장 불안하게 흔들리는 멤버는 바로 가장 나이 어린 자은입니다. 3년 전,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자은이가 언니라고 불렀던 하영의 현재 나이는 31세로 설정되어 있군요. 그렇다면 3년 전에 하영은 28세이고, 자은은 그보다 어린 25~26세의 나이였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20대 중반의 나이는 차츰 세상을 알게 될 무렵의 나이입니다. 이제까지는 무엇이든 열심히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현실의 벽은 너무나 높고 두껍습니다. 넘을 수도 없고 깨부술 수도 없습니다. 그런 현실의 벽 앞에 청춘은 너무나 춥고 외롭고 불안합니다.

음악이라는 열정 하나로 버텨 보려 했지만, 한 순간의 격렬한 흔들림을 감당하지 못한 자은은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그녀의 연인이었던 재성을 비롯하여 나머지 멤버들은 그 충격으로 밴드를 해체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3년만에, 자은의 기일에 다시 재성의 산장 카페에서 모이게 되지요.

그들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생생한 아픔이 가라앉지 않았으나,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웃고, 술을 마시고, 대화를 합니다. 그러다가 3년 전에 카페에 보드를 맡겨놓고 갔던 스님이 등장하고, 대화의 물꼬가 트이며 그들은 차츰 추억에 잠기게 됩니다.

상처는 겉으로 드러내어 곪아 터지게 해야 치유되는 법이지요. 속으로 감춰두고, 이불로 덮어두고만 있으면 낫지 않습니다. 지난 3년 동안 그들은 너무도 아프고 두려워서 그 상처를 숨겨두고 있었으나, 이제는 드러낼 때가 된 셈이지요. 서로 날카로운 언어로 대립하면서 상처를 후벼파는 모습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느껴질 지경이었으나, 치유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기에 아프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은 멤버 3명의 눈에는 보이지 않게 설정된 자은의 영혼이 항상 그들의 주변을 맴돌며, 함께 웃고, 함께 노래하고, 친구들의 곁에 다가와 어깨에 기대고, 연인이었던 재성의 허리를 끌어안고... 하는 모습들은, 그들의 지나간 추억이 결코 슬픔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었습니다. 한때의 잘못된 판단으로 일찍 생을 마감했지만, 왠지 그녀도 지금은 아픔 없이 행복한 것 같다는 느낌을 전해 주었거든요.

그렇게 상처를 드러내어 치유를 시작한 그들은 다시 밴드를 결성합니다. 3년만에 '마법사 밴드'가 부활한 것이지요! 불안하게 흔들리던 청춘들이 힘차게 다시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신나게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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