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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의 채식 선언, 시기적으로 경솔했다

레이몽 2011. 3. 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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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좋아하던 사람이 심경의 변화에 따라 급작스레 채식주의자로 바뀌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또는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 누구라도 개인적인 식생활을 바꾸었다 해서 타인으로부터 비난을 받거나 문제가 될 일은 전혀 없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대외적으로 크게 소리쳤을 때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가수 이효리의 '채식주의 선언'은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효리는 지난해 7월부터 3억 3,000만원을 받고 6개월간 '한우 홍보대사'로 활약해 왔다. 계약이 만료된지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을까 말까 한 시점인 것이다. 이 글의 취지상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비교해 본다면, 2009년 한우 홍보 모델로 활동했던 원로배우 최불암씨의 모델료는 9500만원이었다고 한다. 이효리는 최불암보다 3배 넘는 액수의 대우를 받고 한우 홍보대사의 역할을 수락했던 것이다.

그런데 계약이 만료되자마자 이효리는 대외적으로 채식주의를 선언했다. 한우시장은 아직도 구제역 등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인데, 이효리의 이러한 행보는 몇 가지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한우 홍보대사로 활동하던 중, 한우에 대해 뭔가 좋지 않은 점들을 보았기 때문에, 그 직분에서 물러나자마자 채식주의자로 돌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충분히 들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이효리 측에서는 채식주의로 바꾼 이유를 명백히 밝히긴 했다. 이효리가 유기동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육식을 멀리하게 된 거라고 말이다. 그러나 전해지는 말들은 짧고 단순하다. "이효리가 채식주의로 바꿨다더라" 에서 그칠 뿐 "그 이유는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더라"는 소리까지는 전해지지 않는 게 보통이다. 설상가상 그 짧은 메시지마저 왜곡되어 퍼지기가 일쑤다.

그리고 요즘 반려동물을 아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들이 채식주의자라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유기견 보호협회 사람들도 채식주의와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유기동물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거나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활동이, 고기를 먹지 않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보통 애견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육식을 즐기고 있으며, 고기반찬을 곁들여 밥을 먹다가 옆에 반려견이 다가오면 한 점의 고기를 선물해 주기도 한다. 그게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효리가 유기동물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레 채식주의가 되었다는 말은 좀 설득력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것은 이효리 개인의 생각이고 개인의 선택이기에 타인이 왈가왈부할 성질의 문제는 아니다. 혼자 조용히 식습관을 바꾸는 데서 그쳤다면 아무도 뭐라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불과 한 달 전까지 '한우 홍보대사'였던 그녀가 공개적으로 채식주의를 선언했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아직도 대중의 뇌리에는 한우를 대표하는 얼굴로 이효리의 이미지가 그려지고 있다. 한 국회의원의 노랑머리 지적 때문에 약간의 잡음은 있었지만, 오히려 많은 대중은 그 국회의원을 비웃으며 "모델이 머리를 염색했다고 해서 한우 홍보를 못할 이유가 뭐냐?"고 이효리의 편을 들어 주었다. 그런데 마치 계약 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이효리는 재빨리 고기를 외면하고 채식주의를 선언했다. 한우농가를 비롯한 관계자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녀의 한우 홍보 활동을 지지하던 대중들에게도 일종의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계약이나 돈의 문제가 아니고, 신뢰와 의리의 문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빨간 옷을 입고 TV에 나와서 "빨간 옷이 좋은 이유"에 대해 6개월 동안 소리높여 연설하다가, 계약 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갑자기 "나는 이제부터 빨간 옷을 벗어버리고 앞으로는 절대 파란 옷만 입겠다" 라고 선언한다면 누구라도 당황스럽지 않겠는가? 지금껏 해 왔던 그 사람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럽지 않겠는가?

한우 홍보를 했다 해서 언제까지나 그것에 얽매여 있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수개월이 더 흘러서, 그녀의 뒤를 잇는 새로운 모델의 이미지가 한우와 자연스럽게 겹쳐질 때쯤 채식주의 선언을 해도 되지 않았을까? 더구나 한우시장이 활발하게 힘을 얻고 있는 상황도 아니고, 아직도 구제역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이효리의 채식 선언은 시기적으로 경솔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나저나, 동물을 사랑하고 유기동물에 관심을 가지면 자연스레 육식도 멀리해야 하는 것일까? 이제껏 두 가지를 연결시켜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고민스러워진다. 나는 골목에 쭈그리고 앉아 길고양이와도 대화를 나눌 만큼 동물을 좋아하지만,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고기반찬도 무지무지 좋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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