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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혁의 '남자의 자격' 합류가 염려되는 이유

레이몽 2011. 3. 1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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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도 있지만 그보다는 염려가 훨씬 더 크다. 그 이유는 양준혁의 능력을 의심해서가 아니다. 지난 번 강호동의 제안을 받고 선뜻 '1박2일'의 일일 게스트로 출연해 주었던 양준혁의 서글서글한 모습을 기억한다. 그는 출중한 예능감과 넉넉한 인품을 지녔으며, 어떤 일에든 뒤로 빼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시원스런 열정을 보여 주었다. 그는 야구라는 한 분야에서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경험이 있으며, 나이는 현재 42세의 장년이다. 여러가지로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에 잘 부합하는 조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남격' 중의 OB라 할 수 있는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의 경력과 흡사한 면이 많기 때문이다.


'남격'이 시작될 당시만 해도 이경규는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었고, 김국진은 오랜 공백으로 거의 잊혀져가는 중이었으며, 김태원은 방송 출연 경험이 거의 전무한 음악인으로서 건강 또한 매우 좋지 않았다. 40대 중반과 50대 초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가장 화려했던 추억을 뒤로 하고, 알 수 없는 삶의 제2막을 쓸쓸히 준비하는 단계였다는 말이다. 양준혁도 2010년 시즌을 끝으로 화려했던 야구선수로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인생의 제2라운드를 시작하는 단계이다. 어쩌면 대단히 허전하고 서글픈 시기일 수 있다. 이럴 때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권할만한 일이며, 양준혁의 예능감이나 성품으로 보아 '남자의 자격'은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몹시 염려되는 점은 당당히 밝힌 그의 포부다.


SBS에서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할 예정인 양준혁은 '남격' 합류에 대한 공식 인터뷰에서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지만 예능인이 아닌 야구인으로 참여하는 것인 만큼 야구를 알리고 홍보하는 역할도 충분히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남격' 멤버로 합류한 것이 본격적인 방송인, 예능인으로의 출발점이냐?"는 질문엔 "내 나이가 벌써 마흔을 넘었는데 그런 욕심까지는 없다"고 대답했다. 이쯤 되면 그의 마음가짐이 매우 확고함을 알 수 있다. 그는 야구인으로서 '남격'에 합류할 예정이며, 예능인이 될 생각은 아예 없는 것이다. 예능에 출연하는 이유 또한 특별히 그쪽 일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야구를 좀 더 널리 알리고 싶은 목적임을 숨기지 않는다. 이것은 매우 염려스런 일이다.

한국 가요계에서 김태원의 존재를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그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3대 기타리스트이며, 수없이 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정통 뮤지션이다. 그는 뼛속까지 음악인이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에 출연할 때만큼은 음악인이 아니라 예능인이다. 또 그래야만 한다. 그것이 프로그램에 대한 예의이고, 또한 시청자에 대한 예의다.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은 음악을 듣거나 야구를 보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예능을 보고 싶어한다. 일단 고정 출연자로서 예능에 합류했으면, 자신의 고집을 어느 정도 희생하고, 프로그램과 시청자의 기호에 맞춰 줄 각오가 단단히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양준혁의 태도를 보면 자기 고집이 너무 세어 보인다. 심지어 당당하기까지 해서 꺾을 의사조차 없어 보인다.


물론 김태원도 세상에 점점 잊혀져가는 밴드 '부활'을 좀 더 알리고 싶어서 '남격' 출연을 결정했음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본업의 특기를 살려 '직장인 밴드' 미션에서 매우 큰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김태원은 '남격'에서 음악이나 록에 관한 이야기를 거의 전혀 하지 않았다. 가끔씩 '부활' 멤버들의 모습이 화면에 비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친분 차원의 등장이었을 뿐, 프로그램의 분위기 자체가 '부활'이나 '음악' 쪽으로 흐르는 일은 없었다. 김태원은 결국 혼자 힘으로 초반의 부진을 딛고 일어섰으며, 적성에 맞지도 않는 각종 미션에 온 몸을 바쳐 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뮤지션 김태원은 예능인 김태원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렇게 김태원이 인기를 얻게 되면서 그의 밴드 '부활'도 덩달아 인기가 올라갔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자연스레 알아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대놓고 '남격'을 통해 야구를 홍보하겠다는 양준혁의 포부는 위험한 욕심이다. 게다가 예능인이 될 생각도 전혀 없고, 자기는 그저 야구인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예능 합류는 하지 말아야 한다. 기존에 있던 자신을 온전히 버리고 예능인이 되지 않으면, 그는 절대, 결코, never, '남자의 자격'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이다. 그가 예능인이 되어 인기를 얻어야만, 애초의 목적이던 야구도 홍보할 수가 있다. 양준혁이 예능인으로서 인기를 얻지 못하면, 그의 '남격' 참여만으로 야구 홍보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만약 방송 중에 자꾸만 생뚱맞게 야구 이야기를 꺼내든가 하면 오히려 시청자들은 짜증만 낼 것이다. 김태원이 '부활'을 홍보하겠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자신이 온전히 희생하여 예능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각오 없이는,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더구나 남녀노소 구분 없이 즐길 수 있는 장르인 음악과 달리, 야구는 좋아하는 계층이 한정되어 있다. 일단 대부분의 여성들은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초점이 야구에 맞춰지면 시청자의 절반 가량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얼마 전에 종방한 '천하무적 야구단'은 고정 시청자들에게 매우 좋은 평판을 얻었지만 결국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폐지되고 말았다. 그만큼 스포츠를 내세워서 예능을 꾸려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양준혁이 '남격'에서의 야구 홍보에 절대 집착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다시 말하지만 '남자의 자격'에 합류할 것을 결심했다면 양준혁은 예능인이 될 결심을 해야만 한다. 촬영이 끝나면 다시 야구인으로 돌아가더라도 '남격' 촬영 중에는 예능인이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야구 홍보에 대한 열망은 가슴 속에만 조용히 묻어 두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내서 오버한다면 곧장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는 너무 당당히 "야구인으로서 참여하는 것이며, 야구를 홍보하는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라며 선언하고 있다. 그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양준혁의 '남자의 자격' 합류가 기대되기보다 훨씬 더 많이 염려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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