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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김건모의 재도전, 그 이유에 대한 황망한 추측

렛잇비 렛잇비kkk 2011. 3. 21. 07:20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김건모는 분명히 대기실에서 자신의 매니저를 비롯한 동료와 스탭들에게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려운 시간을 내서 이 자리까지 와 준 사람들(청중평가단)이 결론을 내린 건데, 재도전은 룰을 깨는 거잖아. 내가 재도전을 해서 물의를 일으키는 것보다는 깔끔하게 빠지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아주 정확하고 올바른 견해였다.


나는 그런 김건모에게 감탄했다. 예상치 못한 꼴찌 탈락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상황인데도, 곧 담담한 이성을 회복하고 객관적 판단을 내릴 줄 아는 그는 과연 대선배다운 풍모를 지니고 있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터무니없이 감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이소라의 무절제함에는 비할 수도 없을 만큼 김건모는 진짜 어른다웠다. 평소에 까불까불하던 이미지와 너무 달랐기에 더욱 멋있어 보였고, 나는 그가 잠시 후에 점잖은 어조로 재도전을 거절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부족하지만 내 블로그에 김건모의 대인배다운 결정을 칭찬하는 글을 올려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잠시 후, 무대에 나선 김건모는 전혀 의외의 대답을 했다. 재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거였다. 그야말로 생뚱맞기 이를 데 없었다. 조금 전까지의 정확하고 객관적인 판단력은 어디로 상실되어 버린 걸까? 재도전을 선택한 이유랍시고 늘어놓는 말들도 공허하기 이를 데 없었다. 선배인 자기의 탈락에 진심으로 가슴아파하며 눈물 흘리는 후배들을 보고, 진심으로 재도전을 권하는 그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서라는 식이었는데,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그들은 정말 공과 사를 구분할 줄 모르는가?

제작진의 변도 어이가 없었다.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가수 한 사람을 탈락시켜서 망신을 주자는 게 아니라 청중들에게 더 좋은 음악과 최고의 무대를 선물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재도전이라는 선택도 의미가 있다는 거였다. 한 번 탈락의 위기를 경험했던 사람이 재도전을 결심했을 때는 얼마나 더 절치부심하고 열심히 노력하겠느냐고 말하는데 좀 기가 막혔다. 어차피 모두 최고의 가수들이 탈락의 망신을 각오하고 무대에 서는 것인데 누구인들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겠는가? 재도전이라고 해서 최선 그 이상이 나올 가능성을 기대한단 말인가?


김건모의 선택은 순식간에 잘못된 전례를 만들었고, 따라서 '나는 가수다'에는 새로운 룰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7위, 즉 꼴찌를 한 가수에게는 기본적으로 재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받아들일지 말지는 스스로 결정하게끔 한다는 거였다. 이건 또 무슨 기막힌 소리인가?

이렇게 되면 두 가지의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한다. 첫째, 원래 꼴찌는 깨끗이 탈락하면 그뿐이었는데, 이제는 선택이라는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기껏 재도전 기회를 주겠다는데 거절하는 것도 용기없어 보일 것 같아 찜찜하고, 덥석 받아들이자니 염치없고 자존심도 상하고 시청자의 눈총을 받을 것 같아 찜찜하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고 양패구상이다. 꼴찌의 입장에서는 좋을 게 하나도 없고 오히려 더 망신스럽고 힘든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둘째,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은 그 기획에서부터 탈락자의 발생이 필연적이었다. 탈락자가 발생해야만 그에 따라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수 있고, 그래야만 출연진이 새롭게 물갈이되면서 신선함과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꼴찌들의 재도전이 끝없이 반복된다고 가정하면, 수개월 또는 반년이 넘도록 멤버의 변화 없이 지리멸렬하게 이어지다가 프로그램 자체가 무너져버릴 가능성도 있다. 오늘 꼴찌를 한 김건모가 다음 주에 재도전을 한다면, 예를 들어 다음 주에 꼴찌를 한 윤도현은 또 그 다음 주에 재도전을 하고, 또 그 다음 주에 꼴찌를 한 이소라는 또 또 그 다음 주에 재도전을 하고...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닌가?


대체 어쩌자고 이런 말도 안 되는 결정을 내렸을까? 김영희 PD를 비롯한 제작진의 멍청함도 이해가 안 되었지만, 무엇보다 의아한 것은 바로 당사자인 김건모였다. 그는 분명히 가장 합리적이고 진지한 태도로,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내렸었다. 그랬는데, 왜 전혀 비논리적인 이유를 들어서 판단을 번복한 것일까?

대기실에서 자신의 스탭들과 의견을 나누던 김건모는 이렇게 말했다. "창환이형(회사 대표)에게 전화 한 번 해 봐. 그래서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김건모가 바로 거기까지 말했을 때, 화면은 잠시 암흑 상태로 빠져들었다가 다시 스튜디오에서 기다리는 후배 가수들의 모습을 비추었다.

그래서 나는 추측한다. 김건모의 소속 회사 대표가 문제였던 거라고 말이다. 김건모는 '나는 가수다'를 통해서 정말 오랜만에 TV 출연 기회를 잡았고, 그런 만큼 회사 대표도 상당한 기대와 야심을 품었을만하다. 김건모의 저력으로 보아 설마 이렇게 초반 탈락할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을 것이다. 승승장구하며 오랫동안 공중파의 주말 예능에 고정출연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첫번째 경연에서 탈락하여 무대에서 사라져야 한다니 참 아깝기도 아까웠을 것이다.


회사 대표는 어디까지나 장사꾼이다. 가수의 자존심보다도, 프로그램의 위상보다도, 시청자의 만족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이익이었을 것이다. 소속 가수인 김건모가 조금이라도 더 출연을 하는 편이 그에게는 더 좋았을 것이다. 그는 제작자이며 사장님이기 때문에 직원들은 물론이고 소속 가수도 그의 의견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김건모가 아무리 가요계의 선배로서 대접받는 입장이라 해도 회사에서는 오히려 약자일 수 있으며, 그 회사의 대표가 연예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라면, '나가수' 제작진까지도 그의 입김에 좌지우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더욱 씁쓸하기 그지없다. 한 장사꾼의 욕심 때문에, 가수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멋지게 출발했던 프로그램은 초반부터 망가져 버렸으며, 즐거움을 얻어야 할 청중은 오히려 우롱을 당하고 말았다. 아무리 돈이 권력인 세상이라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이래서는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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