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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송창의의 아픈 노랫소리

레이몽 2010. 8. 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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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태섭(송창의)과 경수(이상우) 커플을 안타깝게 여기며 지지하던 제가, 요즘은 약간 부담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경수의 가족들처럼 성적소수자를 질시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지요. 비록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해도, 똑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동등하게 받아들이는 태섭의 가족들이 옳습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 모두가, 최근 '인생은 아름다워'에 등장하는 동성간의 결혼이나 잠자리에 관한 내용까지, 모두 쿨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은 일종의 강압이라고 느껴집니다. '이해하고 감싸안는 것'과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민재(김해숙)는 태섭을 결혼까지 시켜야 하는 거냐고 망설이는 병태(김영철)에게, 호섭이나 초롱이가 아무런 절차도 없이 누군가와 슬그머니 동거를 한다면 그러려니 생각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서, 태섭에게만 그러는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병태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은 일방적 강요였습니다. 사랑이 깊은 아버지 양병태가, 결코 마음 속으로 태섭을 차별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누구보다 태섭의 행복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민재는 준비가 되지 않은 병태를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고 몰아붙였습니다. 잔인했습니다.

겉으로는 이해하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질시하는 위선적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차라리 대놓고 싫어하는 사람이 더 솔직해 보이며,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당신 같은 사람이 가장 역겹다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요. 그러나 최소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마음이라도 있는 편이, 그런 마음조차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최근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서 저와 같은 심경의 변화를 겪는 분이 상당히 많이 계신 것을 주변에서 봅니다. 원래는 동성 커플을 안타깝게 여기고 지지했었는데, 지금은 받아들이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입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겉으로만 이해심이 깊은 척 하고 싶어서 위선을 떠는 것일까요?


어린 자녀들과 함께 드라마를 보다가 아이가 "남자끼리 결혼해도 되는 거예요?" 라고 직설적으로 물어와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했다는 분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어린 아이는 아직 모든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인데, 과연 어떻게 말해 주어야 할까요? 제가 그 부모의 입장이라 해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의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이 사회에는 오랫동안 규범이 존재해 왔고 가치관이 형성되어 왔습니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우리는 그것을 배우고 익히며 살아왔습니다. 이 사안의 옳고 그름을 판별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오랫동안 익혀 온 것들을 삽시간에 깨부수고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누군가 몰아붙인다면, 그것은 또 다른 고통을 양산해내는 길입니다.

성급하게 억지로 끼워 맞추려 들면 서로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소수자들의 고통이 물론 훨씬 더 심하긴 하겠지만,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고통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소수자들에게 무조건 참으라고 강요해서도 안 되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즉시 모두 다 받아들이라고 강요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저는 탤런트 송창의가 뮤지컬 배우 출신인 줄을 어제 처음 알았습니다. 경수와 함께 바닷가를 거닐며 태섭이 부르는 노래는 가슴을 울리더군요. "사랑은 소중한 별을 찾는 것... 사랑은 모든 걸 벗어 버리는 것... 사랑은 피할 수 없는 운명... 사랑은 꿀보다 달콤한 꿈..." 그의 목소리가 한없이 아름다워서 저는 아팠습니다. 그들의 소외된 사랑이 가엾어서, 그리고 완전히 받아들여 주지 못하는 내 마음이 미안해서 아팠지만... 어린아이들처럼 바닷가에서 신나게 뛰어 노는 그들의 모습... 비록 그것이 껍데기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지금은 천천히, 거기까지만 바라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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