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해숙 (2)
레이몽의 찬란한 자유
한동안 태섭(송창의)과 경수(이상우) 커플을 안타깝게 여기며 지지하던 제가, 요즘은 약간 부담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경수의 가족들처럼 성적소수자를 질시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지요. 비록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해도, 똑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동등하게 받아들이는 태섭의 가족들이 옳습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 모두가, 최근 '인생은 아름다워'에 등장하는 동성간의 결혼이나 잠자리에 관한 내용까지, 모두 쿨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은 일종의 강압이라고 느껴집니다. '이해하고 감싸안는 것'과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민재(김해숙)는 태섭을 결혼까지 시켜야 하는 거냐고 망설이는 병태(김영철)에게, 호섭이나 초롱이가 아무런 절차도 없..
박진희가 엄마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떠나는 데서부터 영화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녀의 회상이 이어집니다. 시골을 배경으로 해서인지 처음에는 '내 마음의 풍금'이라는 영화가 떠오르더군요. 하지만 달콤한 멜로가 전혀 없었기에 곧 그 환상은 사라졌습니다.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의 모습... 촌스러운 엄마가 창피하다며 학교에 오지 못하게 하는 딸... 그래도 한없이 모든 것을 다 퍼주려고만 하는 어머니의 사랑... 스토리는 참으로 전형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압도적으로 화면을 장악하고, 귀에 착착 감기게 대사를 치는 '어머니' 김해숙이 아니었다면 차마 견디기 힘들 만큼 전형적이었습니다. 공부를 잘 해서 서울의 대학으로 진학한 딸... 여전히 그녀를 만나러 올라올 때마다 커다란 보따리를 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