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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소리 복귀? 허지웅의 발언에 분노하는 이유

레이몽 2014. 3. 22.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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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옥소리의 복귀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비난하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굳이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녀의 복귀를 찬성해서가 아니라, 내가 한 마디 거든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것도 아닌데 굳이 피곤하게 나설 필요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최근 허지웅의 발언과 그 발언을 지지하는 의견들을 접하고는 심한 불쾌감을 느꼈다. 그래서 오늘 내가 쓰는 이 글의 제목은 '옥소리의 복귀를 반대하는 이유'가 아니라 '허지웅의 발언에 분노하는 이유'가 되었다.

누구나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지만 유명인 특히 연예인의 사생활은 종종 파파라치와 기자들에 의해 속속들이 파헤쳐진다. 대중들이 굳이 사생활을 까발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안 듣고 싶어도 저절로 들리니까 알게 된다. (물론 대중 가운데는 그런 뉴스에 혈안이 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일단 알게 된 후에는 감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대중매체란 불가피하게 생활 속에서 접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을 매우 민감하게 자극한다. 

옥소리가 결혼 생활중에 간통을 했더라도 법적인 처벌을 받았으면 된 것이지 더 이상 그 이유로 연예 활동을 제재하거나 비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허지웅과 그 지지자들의 개인적 생각일 뿐이다. 끝난 것은 단지 법적 절차일 뿐 대중의 감정 영역에서는 끝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 의견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거짓 루머를 유포하거나 욕설을 하는 게 아닌 이상 누구나 자기 생각을 말할 권리가 있다. 그녀의 복귀가 싫으면 싫다고,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대중 개개인의 발언에는 법적 효력이 없다. 반대하는 목소리가 아무리 높아도 그녀의 활동이 더 이상 법적으로 제재될 이유가 없다면, 그리고 그녀에게 힘이나 빽이 있다면 그녀는 복귀하고야 말 것이다.


허지웅이 옥소리의 복귀에 찬성한다면 그냥 찬성하는 이유를 말하면 된다. 옥소리의 복귀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말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허지웅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향해 화살을 돌렸다. 사생활 관련 문제로 옥소리의 복귀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허지웅은 "유리멘탈에 엄청나게 완고한 도덕주의자에 자기는 요만큼의 흠결도 없었던 인생을 살았던 대단한 인간들 같다"고 평가하며 비난했다. 나는 저 발언을 접하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세상 사람들은 각양각색이라 강철멘탈이 있는가 하면 유리멘탈도 있다. 방종한 연애를 즐기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지나친 금욕주의자들도 있다. 그거야 형형색색의 자기 개성인데 누굴 탓하랴? 유리멘탈이면 나쁜 것이고 도덕주의자면 나쁜 것인가? 

'요만큼의 흠결도 없는 인생을 살았던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지적 또한 논리적이기보다는 대단히 감정적인 비아냥이다.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감정적으로 용납할 수 있는 정도의 흠결이 있고 그렇지 못한 흠결이 있는 법이다. 사소한 거짓말과 간통으로 인한 가정 파탄을 동급의 흠결로 생각한다면 그 역시 허지웅의 개인적 생각이니 반박할 뜻 없다. 그러나 감히 수많은 대중을 상대로 자기 생각과 똑같을 것을 강요하고, 자기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원색적 단어까지 동원하며)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허지웅에게 나는 분노한다

옥소리가 TV에 복귀하면 사람들은 싫어도 저절로 볼 수밖에 없는 여러가지 경우들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함께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하는 가족들이 있다고 할 때, 그 가족 구성원 중에서 옥소리에게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 옥소리 때문에 가족과의 즐거운 시간을 포기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거북하더라도 꾹 참고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옥소리는 TV 출연을 계기로 적잖은 수입을 거두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대중은 무조건 입을 처 닫고 있어야 한다고? 싫은 것을 싫다고 말도 못 하게 하다니, 이거야말로 무슨 독재주의식의 발상 아닌가?

연기자는 연기로서만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도 허지웅과 그 지지자들의 개인적 생각일 뿐이다. 나는 영화나 드라마를 매우 즐기는 편인데, 설경구와 송윤아가 결혼한 후로는 그들의 연기에 도통 몰입이 되지 않아서 그들의 출연작을 거의 보지 못했다. 좋은 작품이라서 보고 싶었는데도 말이다. 그들의 사생활을 내가 알고 싶어서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알게 된 후로는 감정적인 영향을 심하게 받은 까닭이다. 

이런 나보고 유리멘탈이며 완고한 도덕주의자라 한다면 딱히 부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요만큼의 흠결도 어쩌고 하면서 감정적으로 비아냥거린다면 나도 할 말이 있다. 그대들은 사생활 분야에서 옥소리와 얼마나 깊은 동질감을 느끼기에 그토록 감싸고 도는 것인가? 그녀를 비난하는 말들이 마치 그대들을 비난하는 것 같아서 견딜 수 없이 화가 나는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옥소리를 향한 대중의 반응에 허지웅과 그 지지자들이 이토록 분노하는 이유를 나는 당최 모르겠다. 

다시 말하지만 루머 유포나 욕설이 아닌 한 누구나 자기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다. 혹자는 사생활 문제가 있었던 외국 배우와 옥소리를 비교하며, 왜 그에게는 비난을 퍼붓지 않으면서 옥소리만 비난하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옥소리의 복귀를 반대하는 의견들은 본질적으로 논리적 강박이 아니라 감정적 의견 표출이다.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연예인은 대중의 감정을 민감하게 자극하는 존재인데 싫어도 꾹 참고 입을 처 닫으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며,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무슨 수학 공식을 증명하듯이 온갖 경우를 끌어다 붙일 필요도 없는 것이다.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되고, 별 생각 없으면 아무 말 하지 않으면 된다. 그것은 대중의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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