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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연예 스타 리뷰

임재범을 뽑아먹는 언론의 장난, 지하철 사건은 픽션이다

레이몽 2011. 5. 2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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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이 '나는 가수다'에 처음 출연하던 날, 왜 그 동안 방송 활동을 피했느냐고 PD가 물었다. 임재범은 사람들이 두려웠다고 대답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이용하고 뽑아먹고 버릴까봐 두려웠다는 것이다. 대화를 나누어 보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마음을 열어서 다시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고 하지만 애초에 두려움이 왜 생겼겠는가?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을 모르는 이유는 당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두려워한다는 것은 이미 그가 사람들에게 당해 보았다는 증거다.


지금 임재범은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아내가 병석에 있으므로 가정이 평안할 수 없는 데다가, 본인마저 급성 맹장염과 손가락 골절로 수술받고 입원중이다. 모처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던 방송 활동에 적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 더욱 큰 문제는, 그가 두려워했던 대로 이 힘겨운 상황에 그를 이용하고 뽑아먹으려는 하이에나들이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두 세 차례의 TV 출연으로 임재범의 인기는 이미 하늘에 닿을 듯 폭발했다. 그는 현재 많은 사람의 기도와 응원을 필요로 하는 입장이기에 이와 같은 현상은 일단 긍정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 일이란 언제나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서, 좋은 일과 더불어 안 좋은 일도 따라온다.

지금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임재범 지하철 사건'이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오르며 이슈가 되고 있다. 똑같은 내용을 다룬 기사만도 수십건이 넘는데,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한 네티즌이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지하철 역에서 임재범이 30~40대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남성과 말싸움이 붙은 것을 목격했다는 글을 올렸다. 임재범은 존댓말을 썼고, 상대방은 반말에 시비조였다. 이 남성은 임재범의 수염과 차림새로 트집을 잡았고, 분위기가 안 좋아지자 임재범의 딸이 울음을 터뜨렸다. 딸이 울기 시작하자 임재범은 갑자기 야수처럼 변했다.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내 딸을 울려?" 하며 상대방에게 달려들어 몸싸움 일보직전까지 갔다. 글을 올린 네티즌은 자기가 직접 임재범을 안고 말렸다. 간신히 떼어 놓고서야 임재범인 것을 알아보고, 왜 유명한 사람이 가족을 데리고 이런 일까지 겪으며 지하철을 타고 다닐까 생각했다.

이 기사들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임재범 지하철'에 이어서 '임재범 딸바보', '임재범 나는 아빠다' 라는 등의 단어가 속속들이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올라왔다. 하지만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저 기사의 내용이 사실일 경우 장기적으로 볼 때 임재범의 이미지에는 해가 될 것이다. 딸을 향한 아빠의 마음이야 감동적이지만, 어쨌든 공공장소에서 폭력을 행사하며 싸울 뻔했다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저 기사의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저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에 임재범 팬카페에 올라온 것인데, 글쓴이가 이미 소설처럼 지어낸 이야기임을 밝혔다고 한다. 임재범의 오래된 팬들은 다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최근 TV에 임재범이 출연하여 경제적으로 넉넉치 않았던 생활과, 딸을 데리고 놀이공원에 갈 때도 버스를 타고 갔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자, 새삼 저 소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나는 기사에 요약된 내용이 아니라 실제로 그 네티즌이 올린 글 전문을 읽어 보았는데, 그 어법으로 보아 고등학생이거나 스무살 정도의 어린 사람이 겉멋 잔뜩 들어서 지어낸 글이라는 게 느껴졌다. 임재범이 쩌렁쩌렁 소리를 지르며 상대방에게 덤벼들 때, 자기가 정의의 사도처럼 날렵하게 막아서서 임재범을 떼어내고 말렸다는 식의 영웅심리 가득한 내용을 각종 인터넷 용어와 혀짧은 소리를 섞어가며 올려놓은 글이었다.


그런데 그 소설이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인 양 꾸며져서 수십건의 기사가 올라오고 있으니 이렇게 곤혹스러운 일도 없을 터이다. 더구나 예전에도 임재범은 억울하게 폭력 시비에 휘말려들어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루머는 바로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다. 지금은 가벼운 수준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좀 더 부풀려지면 멀쩡한 사람을 폭력배로 만들지 못하란 법이 없다.

요즘 핫이슈인 임재범의 이름에다가 지하철에서 시비가 붙었다는 자극적인 내용이니, 인터넷 신문 기자들의 구미를 얼마나 강렬하게 당겼을 것인지는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기자로서 지켜야 할 제1수칙은 무엇보다도 사실 확인이 아닌가? 아무리 훌륭한 내용의 기사라도 사실이 아니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니, 소용 없는 정도가 아니다. 근거없는 루머는 사회의 온갖 병폐를 일으키는 악의 근원이다. 그런데 기자들의 양심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확인되지도 않은 네티즌의 글을 그대로 옮겨다가 기사화하는 일이 다반사이고, 때로는 제멋대로 지어내서 기사를 쓰기도 한다.

이 모든 일들은 육신의 고통과 더불어 그의 마음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을 터이다. 그런데도 임재범은 회복되지도 않은 몸으로 '나가수' 녹화를 강행하겠다며 고집을 부리고 있다. 그의 맹장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앞으로 4주 동안은 절대 노래하면 안된다고 못을 박았는데도, 임재범은 노래를 하든 못 하든 일단 방송 출연은 무조건 하겠다는 입장이다. 첫 출연 당시 시청자를 향하여 "펑크 내지 않겠습니다!" 라고 외쳤던 자신의 약속을 지키고 싶은 것이다.


과연 녹화에 참여해서 다른 가수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본다면, 스스로 노래하고 싶은 욕구를 견딜 수 있을까? 말리고 싶다.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도 없는 일, 나는 임재범의 이성적인 판단을 믿어보려 한다. 자신의 몸이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병석의 아내와 어린 딸이 그 몸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음을 그는 모르지 않을 것이다. 홀몸이라면 배가 터지든 말든 소리쳐 노래할 수도 있겠지만, 딸바보 임재범은 그렇게 무모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상처입은 호랑이... 하이에나가 득실대는 세상으로 이제 두려움 없이 돌진해 온다. 임재범, 언제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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