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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 지금은 그의 이름을 외쳐도 좋을 시간

레이몽 2011. 5. 1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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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열풍은 당분간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보기드문 포스와 가창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임재범은, 잊혀진 스타에서 삽시간에 가장 빛나는 별로 다시 떠올랐다. 열기가 뜨겁다 보면 자연히 반작용도 있는 법, 임재범의 인기가 치솟는 것에 대한 반발도 곳곳에서 보인다. 하지만 나중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우리가 임재범의 이름을 외쳐도 좋을 시간이다. 이 시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모르나, 지금은 그렇다.


원래 임재범의 성격은 남들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그의 이름이 세간의 화제가 되는 것이 오히려 그 자신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며, 이러다가는 머지않아 다시 짐 싸들고 산으로 들어가 버릴지도 모르니 과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임재범이 스스로를 죽이고 아내와 딸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세상에 나선 시기이다. 자기 성격에 맞지 않는다 해서 다 팽개치고 산으로 들어가 버릴 만큼, 이제 그는 젊지도 않고 홀홀단신도 아니며 책임감이 없지도 않다.

임재범이 자신의 팬카페에 아내 송남영의 암투병 사실을 알리고 "지수엄마가 회복의 기적을 누릴 수 있도록 많은 기도를 부탁드린다"는 글을 올렸던 것이 지난 4월 9일경이다. 그 이후 임재범은 각종 행사와 드라마 OST에 참여하는 등 예전과 달리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고, 공중파 예능으로 경연의 부담이 큰 '나는 가수다'에까지 출연했다. 물론 아내의 치료비 등 지출이 늘어남에 따라 수입이 필요했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많은 사람의 기도와 성원을 얻으려 한 것이 아니었을까?


가끔은 떠도는 이야기 중에도 무척이나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있다. 누추한 행색의 한 남자가 지하철 한가운데에 서서 외치기 시작했다. "여러분, 저의 일곱살 난 딸아이가 백혈병을 앓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낡은 상술이라 여기고 비웃거나 냉랭한 표정을 지었을 뿐 쳐다보지 않았다. 남자는 아랑곳없이 말을 이어갔다. "저는 종교가 없지만, 이 모든 세상사를 주관하는 신이 어딘가에는 계시다고 믿고 있습니다. 수백 명 수천 명이 마음을 모아서 기도하면 조금이나마 신이 불쌍히 여기시어 어린 것을 살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부탁드리러 나왔습니다. 여러분, 아주 잠깐씩만이라도 제 딸을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제 딸의 이름은 ○○○ 입니다." 말을 마친 남자는 모자를 벗고 깊이 고개를 숙이더니 다음 칸으로 건너갔다.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사람들은 하나 둘씩 조용히 눈을 감기 시작했다.

데뷔 후 25년 동안 기피해 오던 방송 활동을 시작한 임재범의 마음이, 저 남자의 마음과 많이 다를까? 나는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가수' 방송에서 보았는데, 묵주를 목에 걸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는 천주교 신자이다. 천주교에서도 역시 "혼자 기도하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이 마음을 합쳐 기도하는 것이 훨씬 큰 은총을 가져온다"고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임재범이 팬카페에만 깊은 속을 털어놓았을 뿐인데 너무 많은 사람이 그 사실을 알게 되어서 불편해하지 않겠느냐고도 한다. 그러나 지금은 보다 많은 사람이 알면 알수록 좋은 시기이다. 그의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믿는 신에게 그의 아내를 위해 기도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임재범은 결코 불편해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매우 고맙게 여길 것이다.



그리고 또 일각에서는 '나가수' 내에서 너무 임재범을 띄워 준다는 불만을 볼 수 있었다. '빈잔'을 부른 임재범이 4위를 차지하자 많은 가수들이 어리둥절하며 보다 높은 순위일 줄 알았는데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을 두고, 김건모의 재도전이 생각난다면서 반감을 표시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불필요한 노파심일 뿐이다.

이미 '나가수' 제작진과 출연진은 김건모의 재도전으로 인해 엄청난 폭풍에 시달렸다. 임재범도 차기 출연이 확정된 가수로서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설령 임재범이 7위를 차지하여 퇴출된다 해도 김건모 사태와 같은 것이 또 발생하겠는가? 제작진이나 출연진이 임재범의 재도전을 권하겠는가? 아니면 임재범 본인이 재도전을 원하겠는가? 절대 아니다. 그것은 프로그램의 존폐를 의미하기 때문에 결코 그럴리가 없다. 가수들은 그저 별 생각없이 자기들의 예상보다 임재범의 등수가 낮기 때문에 의아한 심정을 자연스레 표현했을 뿐이다. 아무리 시청자라 해도 가수들에게 그것마저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김건모 사태가 문제되었던 것은 원칙을 어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재범의 경우는 원칙을 어기기는 커녕, 어길 기미조차 안 보이고 있다.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리고 음악 경연을 하는 프로그램에서 지나치게 가족사를 들추어내고, 임재범에게만 인터뷰 시간을 길게 허용한다는 등의 불만도 보았다. 하지만 '나가수'는 본질적으로 예능이다. 정통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말이다. '나가수' 제작진은 김영희 PD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줄곧 이 점을 강조해 왔다.

예능이란 즐거움, 또는 감동을 위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음악'은 '나가수'에 있어 주된 요소이긴 하지만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는 말이다. 음악 외의 부분에서도 즐거움이나 감동을 줄 수 있다면, 모든 요소들을 다 활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기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가족의 이야기가 나와서 안될 이유는 무엇이며, 그것이 화제가 되어서 안될 이유는 또 무엇인가?

만약 임재범이 그만한 실력이 없는 가수였다면, 아무리 애절한 인터뷰를 했어도 이만큼의 화제를 몰고 오지는 않았다. 그의 범상치 않은 음악에 많은 사람이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자연히 그의 인터뷰와 가족사도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실력도 없는 가수가 대중의 동정심을 자극해서 등수를 올리려 한다면 그것은 눈살이 약간 찌푸려질 일이나, 임재범은 그런 경우가 아니다. 그리고 만약 앞으로 다른 가수에게서 그런 경우가 발생한다 해도, 굳이 절대 안된다고 못박을 필요는 없다. 다시 거듭 말하지만 '나가수'는 예능이기 때문이다. 예능은 원래 그러한 요소들을 모두 포함시켜서 이끌고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중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할 만큼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임재범은 이제 겨우 1회의 공연과 1회의 경연을 마쳤을 뿐이다. 선호도 조사를 위한 공연에서는 본인의 히트곡 '너를 위해'를 불러 1위를, 탈락자 선정에 반영되는 1차 경연에서는 남진의 '빈잔'을 불러 4위를 차지했다. 25년을 침묵하던 가수가 세상에 나와서 이제 겨우 2곡의 노래를 불렀을 뿐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관심이 과하다는 둥, 편파적이라는 둥 하면서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그들은 모처럼 용기내어 세상으로 나온 임재범이, 고작 노래 3곡 정도를 부르고 다시 쑥 들어가기를 바라는 것일까?

원래 성격에 맞지 않는 일이라서 그러잖아도 몹시 힘들 것이다. 전에 없이 활동을 많이 하는 데다가, 동시에 어린 딸을 보살피며 아내의 병구완까지 해야 하니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쳤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그의 이름을 좀 더 힘껏 외치며 격려해 준다고 해서 뭐가 나쁜가? 보다 많은 사람이 그의 아내를 위해 기도해 준다고 해서 안될 게 무엇인가? 나중에는 몰라도, 지금은 마음 놓고 임재범의 이름을 외쳐도 좋다. 도시 한복판으로 어슬렁 걸어나온 야생의 굶주린 호랑이... 임재범이여, 그대도 더욱 소리높여 포효하라, 세상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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