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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여자에게 대쉬하는 최악의 예를 실천하다

레이몽 2011. 3. 2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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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은 현재 '세바퀴'에 고정 출연중이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개그 스타일이 취향에 맞지 않아서 한 번도 웃어 본 적이 없다. PD공책이며 철마에 공연이며, 나름대로 굉장히 열심히 무언가를 준비해 오기는 하는데, 문제는 대박 아이템도 아닌 것을 너무 오래 우려먹는다는 점이다. 빵빵 터지는 아이템도 다섯 번 이상 같은 포맷이 계속되면 필연적으로 지루해지는데, 김현철의 아이템들은 잘해야 중박 수준이기 때문에 한두번 정도만 약간 신선할 뿐이다. 그런데 김현철은 아무래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눈치다. 또 다른 것을 준비하려면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그게 없기 때문에 일단 준비한 것을 가지고 최대한 오래 버틸 수밖에 없다.


동료 패널들과 MC들은 질리지도 않는 것처럼, 매번 김현철을 챙겨주고, 그를 위한 무대를 일부러 마련해 주고, 지난 주와 거의 똑같은 것을 보고도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웃으며 박수를 쳐 준다. 타고난 순발력이 전무한 김현철로서는 수많은 패널과 게스트 사이에 끼어앉아, 탁구치듯 빠르게 오가는 토크 속에서 핵심을 파악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오는 자율형 개그가 아예 불가능하다. 그러니 100% 준비를 해 올 수밖에 없고, MC들이 나서서 그를 위한 무대를 일부러 마련해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고정패널에게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원래 앞에 나와서 단독 무대를 연출하도록 배려하는 것은 일회성 게스트에게나 주어지는 특권이다. 게스트보다 패널로서의 역할이 훨씬 더 힘들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게스트는 남들이 모두 챙겨 주지만 고정 패널이 되면 자기 혼자의 힘으로 분량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김현철만은 고정 패널이 되고 나서도 모든 동료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참 이상한 일이다.

한때 김현철이 주야장천 우려먹던 토크 중 하나가 바로 '차별적 부조금'에 대한 것이다. 지인들의 경조사에 갔을 때, 그 사람이 얼만큼의 영향력을 가졌는지에 따라 부조금 액수를 차별적으로 정한다는 것이다. 그 기준은 절대로 자기와의 친분이나 정 따위가 아니라, 얼마나 힘있는 사람인가에 좌우된다. 물론 웃기기 위해서 과장한 부분은 있겠지만 그래도 상당부분 진실이었던 듯하니 참 인품 한 번 얄팍하다. 이렇게 보면 김현철이라는 개그맨이 특별히 동료들에게 평판이 좋거나 인심을 얻었을 것 같지도 않은데, 동료들은 이토록 고맙게 그를 챙기고 있으니 이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07년, 개그우먼 김형은이 교통사고로 사망한지 얼마 후, 가수 유니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었다. 그런데 유니의 빈소에 다녀 온 가수 동료 한 명이, 김형은의 빈소에 새카맣게 모여들었던 조문객의 물결에 비해 유니의 빈소는 너무나 외로웠다고, 우리 가수들의 동료애는 개그맨들의 그것에 비해 너무 냉정한 것 같다고 씁쓸해한 내용이 기사에 뜬 적이 있다. 실제로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김현철을 꾸준히 챙겨주는 모습만 보아도 확실히 개그맨들의 동료애는 가장 끈끈한 모양이다.


이번 주 방송에서 그는 또 한 번, 지극히 김현철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언젠가 김현철이 여성으로부터 따귀맞는 모습을 보았다는 김지선의 토크로 그 황당 실화는 시작되었다. 김현철은 자꾸만 여자의 손을 잡으려 하고 그녀는 계속 뿌리치는 상황이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흐흐흐" 웃으며 계속 접촉을 시도하는 김현철에게 화가 난 여자는 결국 뺨을 후려쳤다고 한다. 보통은 뺨을 맞는 모욕을 받으면 기분이 상해서 물러서게 마련인데, 김현철은 고개가 휙 돌아가도록 따귀를 맞은 후에도, 다시 "흐흐흐" 웃으며 그 여자에게로 손을 뻗어갔다고 한다. 이쯤 되면 웃을 일이 아니라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일이다.

김현철이 덧붙인 부연설명은 더욱 황당하다. "여자의 심리를 잘 알아야 된다"고 큰소리를 치더니, 여자들은 스스로 자신없어하는 신체부위를 건드리려고 하면 싫어하는 법이라, 자기를 뿌리쳤던 그녀는 아마도 손에 굳은살이 있거나 해서 컴플렉스였을 거라는 주장을 편다. 컴플렉스인 부위를 파악하고 나서 다른 부위로 옮겨가면 그뿐이라고 덧붙인다. 대체 다른 부위 어디를 말하는 거냐고 이휘재가 묻자, 허리가 날씬해서 자신있는 여자들은 의외로 옆구리를 쉽게 허용한다고 주장한다. 정말 역겹도록 기막힌 이야기다.


요즘 세상에 좋아하는 남자가 스킨쉽을 하려는데 수줍음 때문에 거절하는 여자도 사실 많지 않다. 컴플렉스에 해당하는 신체 부위를 건드리려고 하면 일단 거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뺨까지 때리면서 극렬히 저항하지는 않는다. 그 정도의 반응을 보인 이유는 단 한 가지, 그 남자가 정말 싫은 것이다. 그녀가 진짜로 자기를 싫어해서 그랬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무조건 그녀의 컴플렉스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는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여자의 No를 Yes로 해석하는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다. 대부분의 경우 No는 그냥 No다. 물론 밀고 당기기를 하느라 약간의 내숭은 떨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 거절하는 태도와는 확연히 다르다.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면, 자기 멋대로 해석하기보다는 차라리 그녀의 반응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거절은 그냥 거절이고, 싫은 것은 그냥 싫은 것이다. 이렇게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만약 여자가 내숭을 떠느라 싫다고 했는데 남자가 그 말을 믿고 그냥 물러섰을 경우, 그녀가 남자에게 마음이 있다면 오히려 한 발짝 다가서게 되어 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반대로 여자가 정말 싫어서 거부했는데, 김현철처럼 "흐흐흐" 웃으면서 계속 들이대면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입힐 뿐이다. 매몰차게 말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성추행이며, 경찰에 신고당해도 할 말 없는 범죄 행위다. 웃고 즐길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재미없는 개그는 그런대로 참겠는데, 성추행에 가까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속이 메슥거려서 견디기 어려웠다. 김현철은 그야말로 이성에게 대쉬하는 최악의 예를 몸소 실천하여 보여 준 셈이고, 그것을 또 자랑스럽게 늘어놓은 셈이다. 김현철의 수렁은 도대체 어디까지 깊어질 것인가? 들을 때마다 불쾌했던 부조금 토크에 이어, 또 한 차례의 거북하기 이를 데 없는 최악의 토크 홈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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