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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편의점남 강성민, 모든 여자의 이상형

레이몽 2011. 3. 2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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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경 작가의 새 드라마 '49일'이 날마다 그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좋은 작가의 드라마는 역시 목빠지게 기다린 보람이 있다. 뭐 드라마를 보는 사람자이라면 다 알만한 내용이지만, 이 블로그에 '49일' 리뷰는 처음이니,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해서 간략하게 줄거리를 되돌아 보도록 한다.


결혼을 앞두고 불의의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신지현(남규리 분)의 영혼은 죽음에서 벗어나기 위한 49일의 유예기간을 받아 세상을 떠돌고 있다. 영혼 상태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신지현은 송이경(이요원 분)이라는 여자가 잠든 사이에만 그녀의 몸을 이용해서 활동할 수 있다. 신지현에게 주어진 임무는 가족을 제외하고 그녀를 위해 순도 100%의 눈물을 흘려 줄 사람을 세 명 찾는 것이다. 세 방울의 눈물이 모이면 그녀는 죽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게 도무지 쉬울 것 같지 않다.


그녀가 철석같이 믿었던 약혼자와 친구는 철면피한 배신자로 드러났다. 신지현의 약혼자 강민호(배수빈 분)와 친구 신인정(서지혜 분)은 원래 둘이 연인이었는데, 강민호가 지현이 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신지현에게 접근했던 것이다. 물론 신인정은 그를 적극 도왔다. 이것을 알게 된 신지현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으나, 자기로 인해 부모님이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깨닫자 그들의 음모를 막으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믿었던 두 사람의 배신으로 세 방울의 눈물은 이미 얻을 수 없게 되었다고 포기하는 지경이다.

하지만 신지현이 모르는 사이에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던 한강(조현재 분)의 존재가 있으니 일단 한 방울은 확보되어 있다. 낯선 송이경의 모습을 하고 어떻게 신지현을 위한 눈물을 얻어내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한강은 이미 송이경에게서 신지현과 비슷한 모습들(이를테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습관 등)을 발견하고 이상한 친밀감을 느끼는 중이다.


잠잘 때마다 신지현에게 몸을 대여해주면서 그 사실조차 모르는 송이경은 살았으되 죽은 것처럼 살고 있는 여자다. 사랑하던 사람을 5년 전에 사고로 잃으면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탓이다. 가족도 없고 직업도 없이, 밤이면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낮이면 골방에서 잠만 잔다. 이런 그녀가 천방지축 신지현의 영혼 때문에 차츰 변해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거 참 흥미진진하다.

한편 신지현에게 이 모든 사실을 안내하고 이끌어주는 저승사자, 아니 스케줄러(정일우) 또한 이 드라마의 중요 인물이다. 인물 아니고 귀신인가? 하여튼 까칠해 보이는 이 녀석은 은근히 정도 많고, 스타일 또한 죽여준다. 수영장에서 노출 한 번 해 주셨더니 온 동네 처자들이 모두 혼이 나가 버렸다. 남정네의 다른 매력을 더욱 중시하는지라 육체에는 비교적 무덤덤한 편인 내가 보기에도 그 날렵한 허리에 탄탄한 식스팩은 썩 보기에 괜찮더라..ㅎㅎ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여러가지 복선을 보았을 때 이 녀석의 정체는 아무래도 송이경이 사랑했던 그 남자인 듯 싶다.


그나저나 오늘 내가 중점적으로 다루고 싶은 인물은, 위에 열거해 놓은 중심적 인물들이 아니다. 아직은 거의 단역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이 남자는, 앞으로도 분량이 아주 많이 커지지는 않을 예정이다. 그러나 내게는 벌써부터 미친 존재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로 세간에 '편의점남'으로 불리는 이 남자... 극중 이름은 노경빈, 연기자의 이름은 강성민이다. 신경정신과 의사이며, 예전부터 송이경을 아주 잘 알고 있으며, 지금도 그녀의 주변을 맴돌며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트라우마로 극심한 우울증세를 보이는 그녀를 마음속으로 사랑하고 있다. 

'편의점남'이라는 별명은 항상 그가 송이경을 만나기 위해 편의점에 들르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같은 담배를 사면서 송이경에게 아주 잠깐씩 말을 건다. 그녀가 대답을 하든 안 하든, 아주 가벼운 미소와 함께 그녀에게 관심어린 시선과 말을 건넨다.

그러던 이 남자, 결국은 그녀의 목숨을 구해냈다. 죽은 애인의 기일, 그가 사고를 당했던 장소로 찾아가서, 그가 죽어 쓰러져 있던 차도를 멍하니 바라보던 송이경은, 멍하니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나갔다. 일부러 죽으려고 한 건지 정신이 나가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씽씽 달리는 차들 앞으로 걸어나갔으니 꼼짝없이 죽는 거였다. 그런데 어느 새 그녀를 따라왔던 노경빈이 잽싸게 감싸안고 피하는 바람에 송이경은 목숨을 건졌다. 바로 그 사건 때문에 그들 뒤에서는 7중 추돌사고가 일어나고, 신지현이 식물인간이 되는 비극이 발생했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송이경이라는 여자는 정말 심각하다. 노경빈이라는 이 남자가 자기 목숨을 구해주었다는데도 관심이 없다. 오래 전부터 자기를 알고 있다는데도 궁금한 것 하나가 없다. 그녀는 아무것도 알고 싶어하지 않고,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노경빈은 아무렇지 않은 듯 참을성 있게 그녀를 바라보며, 오늘도 가벼운 미소로 말을 건다.

내가 이 남자, 노경빈을 모든 여자들의 이상형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4가지를 이제 말해 보겠다.

첫째로 그는 '꼭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는 남자'다. '위험할 때 여자를 구해주는 남자'보다는 3단계쯤 업그레이드 버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언제나 깊은 관심과 사랑으로 송이경을 지켜보았기에, 그녀가 위험에 빠지는 순간을 정확히 예측하고 그녀를 구해낼 수 있었다. 이런 남자는 결코 여자를 방치하거나 외롭게 하지 않는다.

둘째로 그는 송이경 자신보다 그녀를 더 잘 아는 남자다. 말하자면 '그녀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 남자'라는 말이 되시겠다. 사실 남녀간에 이해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가? 남자와 여자는 원래 태생적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동물이다. 그저 그러려니 하고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이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건 드라마이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노경빈과 같은 남자가 존재한다. 그 누구도 이해 못하는 이상한 여자 송이경을 이 남자만은 이해한다. 그녀 자신에게서도 사랑받지 못하는 송이경을 이 남자만은 사랑한다. 그녀의 상처를 모두 알고 이해하는 이 남자는, 진심으로 그 아픔을 치료해주고 싶어한다. 뭐 이런 남자가 있기만 하다면, 여자로서는 더 바랄 게 없겠다.

셋째로, 그는 '보채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남자'다. 무릇 남자들이란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무척이나 참을성이 없어지게 마련이다. 어떻게든 빨리 만나고 빨리 손잡고 기타 등등을 하고 싶어서 바짝바짝 몸이 달아오른다. 그런데 말을 걸어봐야 아무 반응도 없는 송이경을, 이 남자는 지치지도 않고 끝없이 바라보며 말을 건다. 그녀의 애인이 사고를 당하던 시점보다, 그 이전부터 송이경을 알고 있는 듯하니 그 시간적 역사가 꽤 오래된 듯 싶다. 5년이 넘은 셈인가? 생각하면 좀 징글징글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자들은 이런 진국같은 남자를 좋아한다.

이 항목에서 잠시 조현재의 역할과 비교해 본다면, 한강이 신지현에게 품어왔던 사랑도 참을성있고 진국이기로 말하면 노경빈과 비슷하나, 신지현은 모든 면에서 너무 화려하고 주변에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기에 수줍은 한강이 선뜻 다가서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초라하고 혼자뿐인 송이경을 아주 조심스레 대하고 존중하며, 그녀를 급하게 몰아붙이지 않고 차분히 기다리는 이 남자 노경빈은 굉장히 특별해 보인다. 아주 멋있다.


넷째로, 그는 '변함없는 남자'다. 이것은 세번째 항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긴 하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자를 한껏 기다려 놓고서도 나중에 보상심리 때문에 변해 버리는 남자가 적지 않다. 내가 너를 위해 이 정도로 해 주었으니, 이제는 너도 보답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뭐 그런 식이다.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해서 기다린 게 아니라, 자신의 승리욕과 독점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녀를 이용했을 경우, 이런 결과가 나타난다. 한 길 사람 속이란 열 길 물 속보다 알 수 없는 법이라, 오랫동안 기다려 주었다 해서 고맙다는 생각으로 덥석 그의 손을 잡는 것이 위험한 이유다.

하지만 노경빈은 그런 인물이 아니다. 현재 송이경은 환자다. 신경정신과 의사인 노경빈이 볼 때는 더없는 중환자다. 이러한 중환자를 상대로 무슨 밀고 당기기 시합을 하며 자존심 노름을 하겠는가? 지금 그가 송이경에게 보이는 관심은 그야말로 순도 100%의 호감과 사랑일 뿐, 자존심이나 기타등등의 불순물은 들어있지 않다.

게다가 지금 송이경은 완전히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기에 생기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말하자면 여자로서의 매력이 거의 없는 상태라는 말이다. 외모도 부시시 꼬작작하고 아무것에도 관심없고 아무와도 눈을 안 마주치는 이 여자를... 놀랍게도 이 남자는 사랑하는 것이다. '~때문에' 하는 사랑은 변하지만 '~에도 불구하고' 하는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네가 돈이 많기 때문에, 네가 예쁘기 때문에 하는 사랑은 변하지만, 네가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네가 못생겼음에도 불구하고 하는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노경빈의 사랑은 전형적인 '~불구하고'의 사랑이기 때문에 세상 끝날까지 변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도 가끔씩은 이런 남자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어떤 짝을 만나는가는 오직 하늘의 뜻일 뿐이다.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런 남자가, 또는 그런 여자가 되도록 노력하는 편이 낫겠지. 각박한 현실을 알면서도, 드라마와의 괴리감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부질없이 한숨짓는 봄날의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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