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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 김윤아의 철없는 제자, 안아리

레이몽 2011. 3. 19.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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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멘토가 함께 모여 있을 때에는 김윤아의 존재가 특별히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었다. 물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미모 면에서야 그녀가 화면에 비칠 때마다 눈이 번쩍 뜨일만한 아름다움을 자랑했지만, 아무래도 다른 멘토들에 비해 연륜과 경력이 부족한지라 상대적으로 포스가 미약해 보였다. 그리고 멘토라는 역할은 어느 정도 묵직하고 매서운 이미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김윤아의 너무나 여성적이고 가냘프고 아름다운 외모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멘토 스쿨이 시작되자, 김윤아의 숨겨졌던 카리스마는 강렬하게 폭발하기 시작했다. 자우림은 현존하는 한국의 현존하는 밴드 중에서 10년 넘게 맴버가 한명도 바뀌지 않은 최장수 그룹이며, 김윤아는 바로 그 자우림의 전설적인 보컬이었다. 멘토들 중에서는 가장 후배인 만큼 '노래를 즐기는 베짱이' 정도로 자신의 이미지를 가볍게 만들어 왔지만, 자우림과 함께 한 그녀의 존재감은 작은 체구에 걸맞지 않게 묵직했고, 제자들을 대하는 태도에는 스승다운 위엄이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정희주를 제외한 그녀의 멘티들이 좀 많이 부족해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정희주는 스승 김윤아의 유명한 히트곡 '봄날은 간다'를 받아들고 당황을 금치 못했으나, 꾸준한 노력으로 훌륭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원곡이 거의 완벽하기에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새로운 해석에 성공했던 것이다. 정희주의 '봄날은 간다' 역시 단독으로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감미로움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점점 더 퇴보하는 듯한 김한준의 가창력이었다. 이인세와 함께 처음 등장했을 때 느꼈던, 그 독특하고 분위기 있던 음색과 달콤한 노래 솜씨는 어디로 갔는지, 자우림의 밴드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김한준의 목소리는 잔뜩 기죽은 것처럼 답답하게만 들렸다. 김윤아는 김한준의 부족한 호흡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는데, 단기간에 고쳐질 수 있는 게 아니라면서 난색을 표명했다.

여전히 무대울렁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또 다시 오디션 중에 가사를 잊어버린 백새은의 실수는 이제 지겹다고 말해도 미안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정말 아까운 다른 탈락자가 많았는데 굳이 백새은을 고집한 김윤아의 선택을 부끄럽지 않게 하려면, 그녀는 노래 연습보다도 강심장을 만드는 심성 수련이 먼저 필요할 듯 싶다.


그러나 김한준과 백새은보다 훨씬 더 황당한 인물은 '안아리'라는 이름의 소녀였다. 예선에서도 그녀를 보았던 듯 싶은데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다. 그 때는 이름이 '안아라'라고 표기되었으며 얼굴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하지만 이름자는 그새 고쳤거나 오타였을 수도 있고, 얼굴은 수수하던 예전과 달리 짙은 화장을 해서 달라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예선에서 보았던 '안아라'는 불안한 음정을 바로잡기 위해 하루에 음계 연습을 몇 번이나 하겠느냐고 묻는 방시혁에게 당당히 "열 번!" 이라고 대답해서 멘토들의 어이없는 박장대소를 이끌어 낸 사건이 있었다. 수천수만번 연습하겠다고 약속해도 붙여줄까 말까인데, 이 눈치없는 아가씨는 기회를 주려는 방시혁의 마음을 어지간히도 몰라주었던 것이다.

김윤아의 멘티 '안아리'는 말이나 행동거지로 보아 그 당시의 배짱 좋던 '안아라'와 동일인물인 듯 싶다. 김윤아는 제자들에게 각각 어울릴 법한 노래를 한 곡씩 선정해 주고 연습해 오라 했는데, 안아리는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아예 그 노래를 모르는 상태로 그냥 수업을 받으러 왔다. 국내 최고의 밴드 자우림이 자기의 노래에 맞추어 반주를 해 주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데, 이 소녀는 단 한 마디도 부르지를 못하고 머뭇거렸다. 세상을 몰라도 이렇게 모를 수가 없다. 욕 먹어 마땅한 행동이었지만, 너무 철없어 보이니 욕하기도 망설여졌다.


연습을 하지 못한 이유를 말해 보라 하니 뭘 잘했다고 울음부터 터뜨린다. 간신히 "할아버지가 많이 아프셔서..."라고 둘러대는데 척 들어도 핑계에 가깝다. 그래도 김윤아는 이 철없는 제자를 포기할 수 없는지, 자기의 아픈 추억을 이야기하면서까지 안아리를 격려한다. "제가 데뷔했을 무렵의 일인데... 한창 좋아하면서 사귀던 남자친구가 과로사로 밤중에 이유도 모르고 죽었어요. 하지만 나는 생방송으로 매일 노래를 해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거기서 울면 나만 바보되는 거야. 말했었죠? 슬픈 날도 노래해야 되는 때가 온다고."

하지만 스승의 격려에도 안아리는 별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죄송해서 고개를 숙여도 모자랄 판에 장난치는 듯한 표정까지 짓는다. 오죽하면 자우림의 남자 멤버가 나서서 "배우는 자세가 너무나 부족하다" 고 질책을 한다. 그래도 안아리는 멀뚱한 표정만 지을 뿐 별로 반성하는 기색이 없다. 더 기막힌 것은 다음 번 연습에서 안아리가 보여 준 태도였다.


다음 번 연습에서도 안아리는 노래의 시작 부분에서부터 정확한 박자에 치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머뭇거렸다. 노래 중에 민망한 듯 장난처럼 헛기침까지 했다. 노래를 중단시킨 김윤아가 말했다. "아리는 연습을 열심히 안 하는 것 같아. 내가 만났을 때, 열심히 해 왔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거든." 스승이 이 정도로 말하면 호된 질책이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설령 마음속으로는 승복할 수 없더라도 일단 "죄송합니다" 라고 숙이는 것이 일반적인 제자의 태도이다. 그런데 안아리의 대답은 상상을 초월했다. "저하고 생각이 다르시니까..." 라고 말끝을 흐리며 반항을 해버린 것이다.

기막힌 속을 억누르며 김윤아가 다시 차분히 물었다. "연습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러자 안아리는 "많이 하긴 했어요" 라고 대답한다. 노래를 그렇게밖에 못하면서, 연습은 많이 했노라고 자신있게 대답하는 것이 얼마나 웃기는 행동인지를 이 철부지는 전혀 모른다. "시간 나는 대로..." 구체적인 연습량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애매하게 얼버무린다. 그러자 김윤아도 조금은 화가 난 것 같았다. "대답을 잘 해야 돼. 어느 쪽이 자기한테 유리할지 생각해 봐. 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효과가 안 났다는 건, 재능이 없다는 얘기일 수도 있어요." 이 따끔한 말을 듣고서는 안아리가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렸을까?


드디어 중간평가 날이 왔다. 문제의 안아리, 이번에는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기는 했다. 파워풀한 성량도 좋고, 기본적으로 노래를 못하는 아이는 아니다. 그런데 노래가 끝나고 김윤아가 물었다. '미안해 널 미워해... 의 주인공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가사를 보거나 멜로디를 보거나... 당연히 이것은 미칠듯한 사랑 노래다.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오히려 너를 미워한다고 외칠 수밖에 없는, 고통스런 사랑 노래다. 그런데 안아리는 "정말 너무 미운데, 소심해서 말 못하는?" 이라고 대답한다. 대체 무슨 소린가? 이 아이는 노래를 부르면서 도대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토록 고통스런 심경을 담은 노래를 부르며 생글생글 웃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겉멋이 잔뜩 든 발음까지... 심사위원들의 혹평을 받으며 중간평가 꼴찌를 차지한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안아리는 승복할 수 없는지 아쉬움과 억울함으로 가득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근본적으로 뭐가 잘못되었는지를 아직도 전혀 모르는 태도였다. 이 아이는 가수가 되겠다면서 한 곡의 노래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단지 가사와 멜로디를 익혀서 타고난 성량으로 뿜어내면 되는 줄만 안다. 자기가 하는 만큼의 연습량이 최고로 많은 것이라고 자부하며, 누군가 쓴소리를 하면 설령 스승이라 하더라도 곱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한 마디로... 이 아이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멘토 스쿨에 잘못 들어온 것이다.


준비가 안 된 아이를 제자로 선택하다니, 김윤아는 운이 나쁘다. 철없는 아리 때문에 멘토 스쿨을 진행하는 내내 김윤아는 속 꽤나 끓였을 것이다. 본인이 선택했기에 누굴 원망할 수도 없고, 그저 사람을 잘못 알아 본 자신의 실수만을 탓해야 했을 거다. 다른 참가자들에게서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기상천외할 정도의 철없는 모습을 보여 준 안아리로 인해, 나는 오히려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 아이는 언제쯤 자신의 껍질을 깨고 나올 수 있을까? 혹시 우리도 스스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두꺼운 껍질에 갇혀 올바른 자신의 모습을 못 본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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